우유급식과 최저가입찰제
파이낸셜뉴스
2016.05.13 17:43
수정 : 2016.05.13 17:43기사원문
우유 급식이 심상치 않다. 일부 학교에서는 우유 급식이 중단되기도 했고 도서지역의 학생들은 우유급식업체를 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유 재고량이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는 것을 감안할 때 우유급식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최저가 입찰이 이유다. 최저가 입찰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때론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제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교 우유급식은 그동안 고정단가제를 시행해오다가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공동행위 지적과 지난해 감사원이 지방교육청 감사 이후 최저가 입찰방안을 마련하면서 올해부터 최저가입찰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최저가입찰제의 올바른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부실정책으로 비난을 받은 경우가 예전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건설업계다. 정부가 최저가입찰을 통해 정부 공사발주를 하는 과정에 최저가입찰제를 도입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건설사들의 담합 혹은 초저가입찰 참여에 따른 부실공사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저가입찰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투명성 있는 공급계약을 위해 수의계약보다 입찰을 선택한 결정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최저가입찰로 우유 제조사들이 원가 이하로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일선 학교들에서 우유공급이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우유급식 공급가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때 200mL 기준 400원대였다. 그러나 최저가입찰 도입 이후 재고 소진을 위한 과열경쟁이 발생하면서 낙찰가격이 200~300원대까지 낮아졌다. 우유업계의 가공비와 검사비, 물류비 등을 포함한 원가는 340원 선이다. 결국 200~300원의 납품가격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최저가입찰로 낙찰을 받은 후 공급할수록 손실이 커지자 계약을 파기하는 대리점이 늘고 있는 이유다. 최근 건국우유 본사와 대리점 간의 갈등으로 수도권 63개 초등학교에 우유급식이 중단된 것이 단적인 예다.
최저가입찰 도입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수의계약 시에는 원유공급 부족을 제외하고는 공급이 중단된 예가 없다.
우유가 남아도는데 학교에서는 먹을 수 없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결국 최저가입찰 때문이다. 현재 우유를 공급받고 있는 학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언제 대리점에서 계약을 파기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도서 간의 우유 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물류비 부담이 크고 학생 수가 적어 수익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우유급식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수차례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감사원의 지적으로 도입된 최저가입찰은 아이들에게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변화와 결정은 늘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요자의 희생을 수반해야 한다면 다시금 재고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yoon@fnnews.com 윤정남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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