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도 기본권리" vs. "학습·건강에 지장"
2016.05.15 17:46
수정 : 2016.05.15 22:32기사원문
■아이들 화장,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언젠가부터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교복을 입고 쇼핑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러나 아직 청소년의 화장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다.
어른들은 대부분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다. '화장하느라 학업을 게을리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화장을 시작하면 피부가 망가진다' 등이 주된 이유다.
반면 이미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이상 '화장품 안전교육' 등을 통해 올바르게 화장품을 소비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화장하는 것도 학생의 권리인 만큼 인정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학생들에게 화장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초.중.고생의 화장품 사용이 늘면서 지난 1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주관으로 '화장품 안전사용 교육교재'가 발간돼 전국 교육청에 배포되기도 했다.
식약처 주관으로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발간한 이 자료는 어린이용, 청소년용, 청소년.대학생용으로 나뉘어 있으며 화장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자료 발간과 함께 이달부터는 화장품 안전사용 교육신청 학교를 모집 중이다.
화장품 안전사용 교재 발간에 대해 식약처 측은 "화장품 사용 시작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어 안전사용 교재를 발간하게 됐다"며 "화장품은 술, 담배처럼 규제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닌 만큼 안전한 사용법을 교육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녹색소비자연대 이주영 본부장은 "선착순 1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신청학교를 모집했는데 벌써 30% 정도 접수됐다"며 "안전한 화장품사용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일선 학교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 화장문화 새로 정립해야
그러나 아직 청소년 화장 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교육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 학부모는 "이왕 할 거면 좋은 제품을 쓰라는 마음으로 비싼 화장품을 고르다가도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든다"고 토로했다.
이 본부장도 "학교에서 가장 많이 하는 문의가 '화장품 사용법에 대한 강의인가'하는 것"이라며 "학교에서는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자칫 교육을 하면 화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는 메시지를 줄까봐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화장품 사용에 대해 교육부에서 따로 정하고 있는 지침은 없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장 재량으로 화장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는 "대부분 자외선차단제 정도는 허용하고 있고 메이크업 제품 사용은 제재한다"며 "그러나 비비크림 같은 제품을 바르고 와서 자외선차단제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고, 립틴트 같은 경우 립스틱은 아니지만 발색이 되기 때문에 애매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왕 쓰는 거 제재하지 말고 안전교육을 강화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학생들 관리가 너무 어려워진다"며 "못쓰게 해도 이 정도인데 허용해버리면 얼마나 더 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른 나이에 화장을 시작하는 것은 피부건강에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성인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색조화장품을 어린 나이부터 바르면 여드름이 나기 쉬운 피부로 변한다고 조언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이상준 원장은 "처음 화장을 시작할 때는 본인의 피부 타입을 알고 화장품을 사용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며 "특히 사춘기에는 여드름이 많이 나는데 미숙한 화장법 때문에 화장을 두껍거나 진하게 하면 모공을 막아 염증이 발생할 수 있고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