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세기 퍼포먼스.. 시간의 반복
파이낸셜뉴스
2016.05.23 17:22
수정 : 2016.05.23 19:33기사원문
미야지마 다쓰오 '숫자세기:후쿠시마 바닷물'
일본의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다쓰오(59)는 1996년부터 '숫자세기(Counter Voice)'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숫자세기: 물'(1996년), '숫자세기: 공기'(1996년), '숫자세기: 와인'(2000년), '숫자세기: 우유'(2005년) 등은 이후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대개 10분에서 15분간 작가를 포함한 퍼포머들은 숫자를 9부터 1까지 세고 0에 도달하면 앞에 놓인 물, 와인, 우유 등에 머리를 넣었다 빼면서 또다시 숫자 세기를 반복한다. 시간의 반복과 리듬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을 의미하며, 나아가 삶에서 죽음까지의 여정을 대변한다. 하지만 퍼포먼스에 숫자 0은 등장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의 흐름에 무(無) 또는 공(空)을 상징하는 0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세기: 후쿠시마 바닷물'은 1996년 제작된 첫 번째 숫자세기 퍼포먼스와 관련이 있다. 당시 여섯 명의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로 9부터 1까지 세고, 0이 되면 물속에 머리를 넣는 행위를 반복했다. 사용된 물은 1966년부터 1996년까지 프랑스가 핵무기를 실험하던 장소였던 남태평양 연안의 무루로아에서 떠온 물을 증류한 것이었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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