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재료가 전달하는 날것의 감각
파이낸셜뉴스
2016.05.30 17:35
수정 : 2016.05.30 17:35기사원문
이동욱 '무제'
일반인들도 미술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엄청난 금액의 경매 결과나 위작 사건이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재벌들의 재산 증식과 탈세의 별책부록으로, 미술은 잊을 만하면 등장했다. 삶에 쫓겨 미술을 잊은 사람들에게도 미술과 관련한 스캔들만은 잊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며 우리는 미술작품의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졌다. 미술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아닌, 미술작품 자체에서 전해지는 다른 것과 차별되는 특별한 경험은 무엇일까.
조각가 이동욱의 감각적인 조각 작품은 한 예가 될 수 있다. 작가는 10㎝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인체 조각으로 유명하다.
미술의 기본인 재료에 충실한 작은 인체와 인체를 둘러싼 이질적 재료들이 만든 풍경에 집중한다.
'무제'(2012년)의 소년은 채 청소년기도 지나지 않은 앳된 얼굴이다. 소년은 쌓아올린 밀랍 더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바로 옆에 놓인 승리의 여신을 표현한 금속 덩어리를 보자면 밀랍 더미가 트로피의 일부분임을 짐작하게 한다. 소년의 머리 위로 달린 밀랍 덩어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꿀은 소년의 벗은 몸 위로 흐른다. 위태위태한 밀랍, 승리의 여신, 끈적끈적한 꿀, 악마의 형상을 한 꿀 덩어리, 소년의 분홍색 살갗은 기분 나쁜 상상을 하게 한다.
각 요소들이 전달하는 뚜렷한 날것의 감각이야말로 어쩌면 미술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닐까.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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