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자의 실패한 비행

파이낸셜뉴스       2016.06.06 16:53   수정 : 2016.06.06 16:53기사원문
소니아 쿠라나 '새'



육중한 몸을 그대로 드러낸 여성이 단상 위에서 낙하를 반복한다. 날갯짓을 하기도 하고 한쪽 발로 서서 균형을 맞추는 듯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구르기도 한다. 소니아 쿠라나(48)의 '새(Bird)'는 이렇듯 날지 못하는 자의 실패한 비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2분짜리 흑백 퍼포먼스 비디오 작품이다.

1999년 작품을 제작할 당시 소니아 쿠라나는 런던에서 왕립예술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인도 델리에서 드로잉과 페인팅을 시작했지만 새로운 미디어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런던으로 건너간 이후에는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새'는 제작 이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작품 속 육중한 몸의 주인공이 바로 작가 본인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흑백으로 촬영된 영상에서 단순한 배경과 여성의 몸은 강한 대조를 이루고 카메라는 오직 움직이는 여성의 몸에만 집중하면서 거칠게 움직인다.

'새'에서 작가는 날지 못하는 이의 비행 시도가 가져온 명확한 실패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관람자는 인간이라서, 여성이라서, 뚱뚱해서 등 퍼포머가 가진 여러 가지 조건을 이유로 퍼포먼스의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퍼포머를 비웃는다. 그러나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저항하는 무의미해 보이는 작업을 반복하기'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토대를 만들고 확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새'는 자연 그대로의 여성의 몸을 제시하면서 여성과 신체,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의 엄격하고 고정된 규범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그러한 편견과 차별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실패하는 여성을 보여준다.

소니아 쿠라나는 2000년 인도 델리로 돌아가 미디어 작품을 포함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제목은 의미심장하게도 '혼자인 여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Lone Woman Don't Lie)'였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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