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갈등 키우는 정치권
파이낸셜뉴스
2016.06.06 16:56
수정 : 2016.06.06 22:17기사원문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11년 입지 선정이 백지화된 적이 있는 이 해묵은 숙제를 둘러싼 경쟁은 과열 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정부 결정이 가까워짐에 따라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해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가덕도와 밀양 중 어느 쪽으로 결정이 돼도 다른 쪽의 승복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입지 선정 용역은 해외기관(파리공항공단)이 맡고 있지만 이것도 선정 이후의 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한국 사회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 수준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 사이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사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의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이 낮은 사회에서는 신뢰가 부족하고 따라서 갈등이 빈번하고 그 갈등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법과 질서의 준수 정도가 낮아 정책의 효율적 집행이 쉽지 않다. 사회적 자본이 낮은 사회에서는 그 사회를 유지하는 각종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제도에 대한 신뢰(confidence in institutions)' 수준을 보면 2012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은 43%다. 즉 OECD 국가 평균으로 보면 조사대상의 43%가 국가의 제도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조사대상의 단 25%만 국가의 제도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높은 신뢰 수준을 보인 스웨덴의 82%와는 매우 큰 격차를 보인다. 국가의 정책결정과 집행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이처럼 낮으니 자신의 이해와 다른 정책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갈등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를 안정된 특정 외국 사회와 비교해 시쳇말로 '한국은 재밌는 지옥, OO는 심심한 천국'이라고들 한다. 이 반어적 표현은 한국 사회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을 풍자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일반적 경제지표와 달라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은 대상이지만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므로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확충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사회적 자본은 개인의 삶의 질과도 깊은 관련성을 가지니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행태도 변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를 '재밌는 천국'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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