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물방울'.. 작은 물방울 속에 담긴 우주
파이낸셜뉴스
2016.06.09 16:55
수정 : 2016.06.09 20:31기사원문
'물방울을 그리는 화가' 김창열(87)은 1970년대 초 파리에서 데뷔한 이후 지난 40여년간 줄곧 물방울이라는 소재에 천착해 왔다. 김창열의 파리 생활은 마구간 화실에서 가난과 결핍 속에 시작됐다. 어느 날 캔버스에 뿌려본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고 시작된 물방울 그림은 첫 개인전부터 환상적이면서도 완벽한 면모로 당시 하이퍼 리얼리즘과 유럽의 극사실주의에 힘입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사실 그의 물방울은 현실적인 것이 아닌 캔버스 마대라는 물질적 현상과 물방울의 착시 현상을 중첩시킨 것이다. 구에 가까운 형태의 크고 작은 영롱한 물방울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안정감 있게 화면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바탕에 거친 마포의 직물성은 극사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곧 사라질 듯한 순간을 붙잡고 있는 그림, 존재와 부재의 아슬아슬한 경계, 그 짜릿한 긴장을 담고 있는 물방울은 20세기 한국사를 관통하는 고통과 상처의 원형이 진화해 온 형태다.
미술평론가 정병관은 이때부터 그의 작품 제목이 모두 '회귀(回歸)', 즉 우주의 순환론, 빗방울이 기체가 되고 다시 이슬방울이 되어 순환하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지 추측한다. 만일 그런 뜻이라면 물방울은 허망한 것의 상징이 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들은 상징주의 회화로의 '회귀'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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