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고산까지 中초미세먼지, 정부 20여년간 '뒷짐'

파이낸셜뉴스       2016.06.12 15:40   수정 : 2016.06.12 15:40기사원문
-서울·백령도·제주 PM 2.5, 2~3일 간격두고 중국과 매우 유사
-정부, 중국에 1994년 미세먼지 저감 제안해놓고 20년 흘러  공동연구 시작
- "지난 3일 미세먼지 특별대책에 중국 해결챌 담을 것이 없었다" 비판도

우리나라의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가 중국과 발생시기에서 2~3일 차이가 날 뿐 발생빈도나 증가추이, 계절 등에서 매우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북경·상해의 고농도 PM2.5는 우리 제주도 고산지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한·중 미세먼지는 한 나라에서 발생한 대기오염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까지 피해를 주는 대표적 월경성 환경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994년 한·중 환경공동위원회에서 차기사업으로 미세먼지(PM10) 저감을 제안해 놓고도 불과 2년 전에야 중국과 대기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실무협의 등을 제외하면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준비’는 지난해 6월 시작됐다. 이 때문에 22년이 흘렀지만 중국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지난 3일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할 때 중국 등 주변국 대책을 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담을 것이 없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사실상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의 ‘부재’(不在)인 셈이다.

한·중 미세먼지 연구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확보할 수 있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과 대기질 현황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면서 “경유차 감축 등 환경규제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을 감소시키더라도 이른바 ‘중국발’ 유입을 막지 못하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국내 한 국립대학교가 한·중 월경성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15년 사이 발간된 중국의 대기질 관련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연무는 도시지역 뿐 아니라 외곽지역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연무는 대기 중에 떠도는 연기나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연무가 짙으면 미세먼지 농도도 상승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는 중국 바람의 아래 지역에 있어 여름철을 제외하고 사계절 내내 중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공단과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이 공기의 궤적을 역추적해보니 동중국 지역에서 배출되는 황사와 연무 등 고농도 PM2.5가 2~3일 차이만 날 뿐 서울의 대기오염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배출원의 특성상 지역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제주도 산간지역 조차 겨울철 연무의 횟수가 다른 계절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제주도 고산지역의 에어로졸(대기 중에 포함된 황산염·질산염·황사·검댕 등 0.001∼1.0㎛의 작은 입자)도 중국과 성분이 유사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고농도 PM2.5는 중국과 단 2~3일의 차이를 두고 나타난다”라며 “양국의 대기질 측정 자료를 공유해 고농도 PM2.5 발생사례를 집중 분석하고 이에 영향을 주는 기상학적 특성 파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 측 논문에 수치가 없는 것은 실시간 측정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수치 대신 그림이나 색깔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미국 영사관이 중국 북경·상해·광저우·청두·선양 등 북동부 5개 도시에 설치한 PM2.5 측정 자료와 한국 서울 불광동·인천 백령도·제주 고산 등 3개 지역의 PM2.5 농도 변화를 살펴봤는데 대동소이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겨울 우리나라 황사가 비교적 빈번했는데 이는 북경의 겨울철 높은 PM2.5농도에서 나타났다”면서 “비교 분석 결과 우리나라 고농도 PM2.5가 중국과 연동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994년 한·중 환경공동위에서 차기 사업으로 미세먼지 저감사업을 제안을 해놓고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2014년 7월 한·중 환경협력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15년 6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해법마련에 들어갔다.

과거 2012년 한중 장거리 미세먼지에 관한 공동연구 실시 합의, 2013년 12월 환경협력을 위한 정부실무대표단 파견도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중국 북경 등 35개 도시의 미세먼지 측정치를 전용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용하자는 약속도 9개월 전에야 체결했다.


정부 계획을 보면 중국발 PM2.5 생성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2018년으로 돼 있다. 위해성을 분석해 한·중 PM2.5 피해저감 대책 및 관리방안 수립이 나오려면 앞으로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2013년부터 PM2.5 농도가 급상승하면서 2014년 한·중 양국이 대기오염물질 관측 자료 공유, 대기오염 예보모델 공동연구, 과학기술 인력교류 등 협력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며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 설립으로 실질적인 공동연구 수행의 기틀이 마련됐으므로 월경성 미세먼지 현상파악과 예측, 저감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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