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린 '안과 밖'
파이낸셜뉴스
2016.06.16 17:07
수정 : 2016.06.16 17:07기사원문
한지로 겹겹이 채워진 명상의 공간
단색으로 채워진 화면의 바탕에 반복 나열된 점으로 이뤄진 김기린(80)의 모노크롬 회화는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 영향을 준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에드 라인하르트를 연상시킨다. 그는 1970년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단색의 평면회화를 오브제화한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노크롬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1980년대 선보인 사각의 캔버스 안에 작은 사각형과 달걀형 점을 기본단위로 한 평면회화 '안과 밖' 연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에는 제목부터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 양립한다. 수십번 덧칠하여 만들어진 단색의 초기 작품에서 우리는 더 이상 환원할 수 없는 본질로 돌아간 순도 높은 화면과 이를 통해 축적된 화면의 깊이가 선사하는 평온함과 정적을 마주하게 된다.
이후 1990년대에 선보인 빨강, 노랑, 녹색과 남색 등 원색 계열의 '빈' 세계에 채워진 반복 나열된 색점들은 그런 그의 2차원적 표면의 깊이에 대한 실험에 이어진 색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표방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그의 작품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상호관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감춰진 '보이지 않는 것(안)'의 공간에서 한 단계 나아가 '보이는 것(밖)'에 대해 이야기하고, 색채를 통해 다방면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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