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 '블루프린트 드로잉'
파이낸셜뉴스
2016.06.20 17:13
수정 : 2016.06.20 17:13기사원문
낙서화에 담긴 묵직한 사회문제
"나는 예술가로 태어났고, 따라서 예술가답게 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살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그림은 사람과 세상을 하나로 묶어준다. 그림은 마법처럼 존재한다."
뉴욕의 도심부 빈민가를 중심으로 낙서화, 즉 그래피티 아트가 하위문화로 널리 확산되고 있었다. 작가 키스 해링은 뉴욕의 거리와 지하철역 벽을 메우고 있는 낙서들을 본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낙서에 담긴 인간 본연의 표현 욕구와 일상 속 공간에서 일어나는 대중과의 교감을 눈치챈 것이다. 그는 도시의 길거리에 흰색 분필을 들고 나섰고, 그의 재치 있는 낙서는 경찰과의 쫓고 쫓기는 일련의 소동과 함께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해링은 1990년 만 31세에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예술가로서 본인의 책임을 생각하면서도, 예술이 실제 삶에 더욱 가까워져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사람과 세상을 하나로 묶어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해링은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1988년 에이즈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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