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앤 핸슨 '벼룩시장 상인'
파이낸셜뉴스
2016.07.11 17:17
수정 : 2016.07.11 17:17기사원문
우리는 정말 이들과 똑같은가
듀앤 핸슨의 조각을 보면 십중팔구 "진짜 사람과 똑같다"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진짜 사람과 똑같은 조각'이라는 말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말 이들과 똑같은가? 한 귀퉁이에 앉아서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거나, 관리하지 않은 몸은 살이 찌고,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된 피부는 노화로 늘어졌나? 짝이 맞지 않은 후줄근한 옷을 입고, 피곤에 찌들어 멍하니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나?
듀앤 핸슨은 하이퍼리얼리즘의 조각 버전으로 다루어지지만, 팝아트 이후 현대미술의 주요 소재가 된 일상을 공통적으로 다룬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상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 하이퍼리얼리즘에 속한 여러 화가들이 소비 지향의 미국 사회를 감정을 배제하고 표현한 것과 달리 듀앤 핸슨은 사회 구성원에게 연민을 갖고 이들의 삶을 비평적으로 관조한다. 그는 의자에 걸터앉거나 벽에 기댄 채 피로하거나 무료해 하는 이들의 남루한 일상을 포착하고 그들이 내뱉는 한숨이나 하품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되묻는다. 우리는 정말 이들과 똑같은가? 이 질문에 선행하는 것은 그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한숨을 내뱉는 현실을 공감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현실을 인정하라는 한 고위 공직자의 발언에 온 나라가 난리다. 우리들의 피로와 무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겠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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