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나무'

파이낸셜뉴스       2016.07.21 17:03   수정 : 2016.07.21 17:03기사원문
나무·집·새·아이.. 순수의 세계



소탈하고 진솔한 삶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조형성을 구현한 장욱진 화백(1918~1990)의 작품은 일견 어린아이가 그린 듯 순수하기만 하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자리를 던지고 수십년간 도시화된 서울을 벗어나 손바닥만 한 작품을 제작해온 그는 불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집에서 어렵게 그린 그림들을 팔아서 돈을 벌기보다는 간절히 원하는 이에게 대가 없이 줘버리곤 했다. 그런 그의 성품은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공간에 대한 거리와 비례는 중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과 밀접한 것이면 크게 그리고, 밀접하지 않으면 생략하곤 했다.

평생을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던 그는 귀국 후 자전적 경험을 비현실적이고 대담한 구도로 배치한 관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한다.
6·25전쟁 후 그는 평화롭고 서정적인 이상세계를 한층 선명한 색감과 간결한 형태로 표현하게 되는데 당시 화면에는 불교, 도가적 신선, 민화나 민속적 세계관이 혼재되며 까치, 집, 나무 등 즐겨 사용하는 소재들이 조형적인 한계를 넘어 자유자재로 배치되고 있다. 선종 직전 마지막 5년간 그는 평생의 작품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20여 점을 제작하는데 이 시기 작품들은 환상적이고 관념적인 풍경화의 양상을 띠게 된다. 장욱진 화백은 그렇게 해방 전후 격변하는 시대를 경험하며 자신이 꿈꾼 이상향과 세계관을 진솔한 삶을 바탕으로 담아낸 고독한 예술가였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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