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방사형 분출'

파이낸셜뉴스       2016.07.25 16:56   수정 : 2016.07.25 16:56기사원문
조각과 소리의 결합



김병호 작가의 '방사형 분출'을 처음 보았을 때 작품은 천장이 낮은 목조건물 이층에 놓여 있었다. 짙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금색 표면이 번쩍거렸고, 작품의 규모보다 두세 배 큰 그림자가 벽과 바닥에 둥글게 원을 그리며 이어졌다. 다수의 관객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꽃의 중심부를 연상할 것이다. 마치 기계 도면으로 구현한 식물 같다고 할까. 바닥에 놓인 단단한 중심체에서부터 100여개의 나팔이 달린 튜브들이 빽빽하게 동심원을 그리며 뻗어 있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대개 한 지점에서 시작해 뻗어가는 튜브들로 이루어진다. 이 튜브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휘거나 뻗어나가면서 날렵한 운동감을 자아낸다. 운동감은 금속 소재와 매끈한 표면 처리에 의해 한층 강조된다. 제작 도면에 따라 생산 규격 체계에 맞춰 정교하게 가공된 금속 부품들이 결합을 이루는 메커니즘은 작품이 가지는 인공미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작가는 한편 작품 중심부에 들어있는 전자부품들을 전자기판에 집적하고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생성한다. 중심에서부터 긴 튜브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는 높낮이와 장단이 거의 없는 일정한 기계음의 연속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희미한 소리를 내는 진동들은 마치 튜브들이 일정하게 흔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조각과 소리의 결합은 특유의 공간감을 생성한다. 조각은 중심체에서 뻗어나온 튜브와 나팔들로 사방에 퍼지는 소리에 의해 유형에서 무형으로, 물질에서 비물질로, 시각에서 비시각으로 전이한다.
퍼지는 소리로 공간을 확장하고 시각과 청각의 균열로 공간을 해체하고 조용히 증식하면서 주변 요소들에 개입한다. 청각의 증식은 실로 빠르고 강력하다. 작고 반복적인 기계음에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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