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석유.. 조여오는 '저유가의 덫'

파이낸셜뉴스       2016.08.11 17:37   수정 : 2016.08.11 22:03기사원문
사우디·이란, 증산 경쟁.. 세계시장 또 공급과잉
WTI·브렌트유 모두 하루만에 2%대 급락
배럴당 30弗대 '눈앞'





국제 석유시장에 '공급과잉' 공포가 재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경쟁적 증산에 나서면서 현물 기준 올 2월 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급락했던 악몽이 재연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세계 최대 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 달 말 긴급회의에서 산유량을 동결할 가능성이 있고, 비(非)OPEC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줄이는 추세여서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10일(이하 현지시간)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48% 급락한 배럴당 41.71달러에 마감됐다.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장을 마친 북해산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도 배럴당 44.05달러로 하루 만에 2.1% 떨어졌다. WTI와 브렌트유 시세 모두 올해 1월 배럴당 30달러 초반에 머물다 6월 말 50달러선까지 오른 뒤 계속 하락세다.

유가 추락의 주된 원인은 중동 주요 석유수출국이자 중동 맹주를 놓고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증산이다.

이날 OPE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달 일일 1067만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석유로 전기를 생산하는 사우디는 여름철 무더위 때문에 석유 생산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 생산량이 지난달 일일 385만배럴(OPEC은 362만배럴로 집계)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란 정부는 5년 내 생산량을 일일 46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OPEC 전체 생산량은 이들 회원국의 증산에 힘입어 지난달 일일 3310만배럴로 전월보다 4만6400배럴 증가, 역대 가장 많았다.

원유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도 유가 하락을 거들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발표에서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량이 전주 대비 110만배럴 늘었다고 집계했다. 시장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감소를 예상했다. 지난 7월 기준 세계 석유 공급량은 일일 9514만배럴로 일일 9426만배럴인 세계 석유 수요(올해 2.4분기 기준)를 일일 88만배럴 정도 웃돈다.

40달러대에 턱걸이 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 등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강세를 나타낸 이후 쉬어가는 흐름을 보인다며 유가 움직임을 따라가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공급과잉 해소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OPEC은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일일 122만배럴 늘어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OPEC이 아닌 산유국들은 OPEC 회원국의 저가공세로 석유 생산을 줄이는 추세다. 올해 비OPEC 국가들의 석유 생산 규모는 일일 5613만배럴로 지난해보다 1.39% 감소할 전망이다.

유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경제 전문방송인 CNBC는 주요 정유시설들이 8~10월에 걸쳐 겨울 대비 정기점검에 들어가기 때문에 원유 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CNBC를 통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근방에 머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급과잉 현상은 어디에나 있으며 유가는 다시 내려갈 것"이라며 "OPEC 회원국들이 오는 9월 회의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OPEC 회원국들은 지난 4월과 6월에 각각 회동을 열고 석유 생산을 동결키로 논의했지만 이란의 증산 강행과 이에 대한 사우디의 반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들은 오는 9월 26~28일 알제리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유가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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