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5500명 감원…IoT 등 신사업에 집중
파이낸셜뉴스
2016.08.18 06:41
수정 : 2016.08.18 06:41기사원문
인터넷 장비 업체 시스코가 전체 직원의 7%인 5500명을 감원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공식 발표 전 감원 규모는 1만4000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스코는 감원을 통한 비용절감 재원을 "보안, 사물 인터넷(IoT), 기술융합, 차세대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같은 핵심 우선 영역에" 투입키로 했다.
지난 6월 끝난 최근 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공개된 대대적인 감원 결정을 앞두고 시스코 주식은 하락해 낙폭이 2.5%에 이르렀고, 실적이 공개된 뒤인 시간외 거래에서도 1% 더 떨어졌다.
순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와 데이터센터 간 데이터 통신을 중개하는 장치인 라우터, 스위치 장비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달라진 환경이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다변화한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라우터, 스위치 장비 비중이 주력인데다 이 부문 매출은 꾸준히 줄고, 경쟁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가 당면한 최대 위협은 통신업체들의 장비 지출예산 감소다.
AT&T 같은 통신업체들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이전에는 꾸준히 통신장비를 교체해왔지만 최근에는 장비 교체보다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한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네트워크 소프트웨어에 인텔 반도체에서 구동되는 저렴한 통신장비를 장착하면 시스코의 전문분야인 값비싼 통신장비보다 더 나은 성능이 나온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AT&T 등의 이같은 움직임은 속도를 내고 있다.
AT&T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존 도노반은 이날 다이앤 브라이언트 인텔 부사장을 만나 양사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시스코의 고가 장비 수요가 더 줄어들 것임을 예고한다.
AT&T의 도노반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접근은 미래 통신시장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시스코는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밖으로는 화웨이라는 강력한 도전자와 맞닥뜨린 상태다.
2013년 라우터 장비 4위, 스위치 장비 5위에 머물렀던 화웨이는 이제 스위치와 라우터 장비 점유율이 3위로 뛰었다.
시스코는 투자 규모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화웨이에 밀린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613억달러의 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시스코는 매출, R&D 모두에서 화웨이보다 적었다. 시스코의 R&D 규모는 492억달러 매출의 14%에도 못미쳤다.
그러나 이번 감원으로 시스코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지는 의문이다.
시스코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할 때 단골메뉴로 감원을 선택했다.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편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감원 칼날을 휘둘렀다.
2013년에는 전체 직원의 5%인 4000명을 해고했고, 이듬해인 2014년에도 8%인 6000명을 감원했다. 거듭된 감원에도 시스코의 체질은 바뀌지 않았던 터라 이번 감원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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