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듣는 수퍼박테리아 해마다 증가 '비상'
파이낸셜뉴스
2016.08.23 17:16
수정 : 2016.08.24 13:43기사원문
사람간 접촉으로 감염.. 파급력 높아 '제2메르스' 가능성
항생제 남용 줄이고 의료기관 관리강화해야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이른바 수퍼박테리아 감염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제내성균은 대부분 사람간에 직접 접촉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지난해 발생했던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처럼 의료기관에서의 '제2의 메르스'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내에서 2명의 다제내성균 환자가 처음 발견된 이래 의료기관에서 신고된 다제내성균 발생건수는 2013년 8만955건에서 2014년 8만3330건, 2015년 8만8249건으로 3년새 9% 증가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환자에서 뉴델리 메탈로 베타 락타메이즈-1(NDM-1) 유전자를 지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을 분리했다. 이후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VRSA),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다제내성 녹농균(MRPA),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MRAB),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등 6종의 항생제 내성균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사람간 접촉으로 감염
항생제 내성균은 신종 감염병과 파급력이 비슷하다. 다제내성균 감염은 전신 감염으로 진행되면서 신장.간.뇌신경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치료가 되더라도 장기간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아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실제 미국 항생제 내성 위협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항생제 내성균에 200만명이 감염돼 2만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다제내성균은 환자의 피부나 소변, 체액, 대변, 상처 부위를 통해 사람간에 감염이 이뤄진다. 환자가 만진 문고리 등 간접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는 "다제내성균은 얼마나 많은 세균이 항생제에 노출됐는지와 면역여부에 따라 내성의 정도가 다르다"며 "적은 수의 세균이 노출되면 내성이 덜 발생하거나 내성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제내성균은 주로 장기 입원 중인 만성질환자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감염된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엄중식 정책이사(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병원 감염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경우 다른 사람이나 오염된 환경으로부터 내성균이 감염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질환,항생제 사용 줄여야
우리나라에서는 감기만 걸려도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를 처방할 정도로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무심코 복용했던 항생제가 장기적으로 내성을 일으켜 큰 질환에 걸린 경우 항생제가 듣지 않아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통증이 있으면 진통제 등을 처방하는 게 바람직하며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대부분 증상이 개선된다고 입을 모은다.
항생제는 세균성 감염병이다. 방광염.신우신염 등 요로감염이나 중이염은 세균이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해야 낫는다.
따라서 다제내성균 감염을 막으려면 감기 등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 사용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동시에 세균성 감염병이라도 과다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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