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리요'

파이낸셜뉴스       2016.08.29 17:05   수정 : 2016.08.29 17:05기사원문
흐르는 강물, 쓸쓸한 기억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는 2015년 파리 퐁피두센터, 2016년 뒤셀도르프 K20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회고전을 진행한 바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이자 2000년대를 이끈 관계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그는 미술관 전체를 예술적 통찰이 담긴 기억과 경험의 관계망으로 만들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그는 유난히 낯선 곳에서의 경험, 기억, 일상 등에 집중했다. 애너 샌더스 프로덕션을 통해 교토(1999년), 타이페이(2000년), 홍콩, 리우데자네이루(이상 2001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상하이(이상 2003년)를 포함한 도시를 촬영해 총 11편의 단편필름 모음인 '센트럴파크'를 제작했다.

이 중 '리요(Riyo)'는 교토의 카모 강변을 무대로 한다.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이 켜진 교토의 카모 강변. 카메라는 강변과 수평을 유지하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하염없이 움직인다. 영상 속에서는 젊은 남녀의 일상적인 통화 내용이 들린다. 주변 얘기로 계속 변죽을 울리다가 마침내 통화의 말미에 불꽃놀이 준비 장면과 함께 대화의 목적이 드러난다. 그동안 보고 싶었다는 것. 어떤 이유로 인해 소원해진 만남을 남녀 모두 실은 다시 이어가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작가는 개인들의 다른 삶과 다른 기억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도시의 삶을 한정된 공간에 담았다. 흐르는 강물이 은유하는 바와 같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시간대로 우리를 이동시킨다. 카메라에 담기는 한정된 시간이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수평으로 강을 따르는 카메라의 한정된 움직임을 따라 보여준다. 카모 강변의 시간과 현실 속 남녀의 대화는 같은 장소도 시간도 공유하지 않았지만, 이 둘은 한 필름에서 결합되었다.
각각 다른 시공간을 촬영한 필름은 관람자에 의해 또 다른 공간과 시간으로 옮겨간다. 수년 전 내가 걸었던 또 다른 카모 강변의 흐름과 가로등 불빛을 떠올리면서 나는 이미 잊고 있었던 또 다른 기억에 다다랐다. 그때도 가로등 불빛은 아름다웠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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