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희 'M-25005'

파이낸셜뉴스       2016.09.22 17:28   수정 : 2016.09.22 17:28기사원문
공간과 평면의 조화



최근 서울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표면과 이면'전을 펼친 고 신성희 화백(1948~2009)은 화려하게 채색한 천을 띠처럼 잘라 캔버스 틀에 묶고 엮으면서 회화와 화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바꾼 작가다. 미술사학자 강태희에 따르면 그는 생전에 작품은 '고백하는 장소이자 기도하는 집'이며 '입방체는 나를 고백할 수 있는 성전'이라고 했다고 한다.

미대 졸업 후 10년을 국내 화단에서 활동하다 1980년 프랑스로 넘어간 그는 마대 작업이란 모노크롬을 버리고 채색한 캔버스 천을 잘라 캔버스에 붙이거나 틀에 엮는 작업을 발전시켜갔는데 이런 그의 작품에는 평면, 입체, 공간, 물성, 텍스처, 색채 등 회화의 특성과 본질에 대한 탐구가 엿보이는 반면 예의 감정의 표출이나 인생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회화가 자연과 정신을 포괄하는 공간이기를 바랐기에 대상의 묘사나 서사보다는 행위 그 자체에 몰입했던 것이다.


그의 일련의 작업에서는 예술가들의 영감의 바탕인 공중에 떠있는 입방체 형태의 창을 찾아볼 수 있다. 초기 마대 작업과 후기 엮음 작업은 모두 3차원적 형상을 2차원적인 평면에 놓는다는 상반된 개념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고자 한 그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평생의 과제에 대한 그의 애착은 캔버스 천을 엮는 작업이 빈 공간이자 열린 공간, 즉 우리가 숨쉬는 공간으로 완성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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