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크루거 '무제'

파이낸셜뉴스       2016.09.26 17:09   수정 : 2016.09.26 17:09기사원문
생과 사, 권력의 다툼



미국의 개념주의 예술가이자 사진작가, 페미니즘 아티스트인 바버라 크루거(70)는 잡지나 신문, 광고와 같은 기존 이미지에 텍스트를 결합한 포토 몽타주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대형 광고판과 같아 보이는 세련된 이미지는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패션 잡지의 수석 디자이너까지 맡았던 그녀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녀는 이 독특한 형식을 통해 대담하고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며 남성 지배구조의 사회적 편견, 자본주의, 또는 미술계에 만연한 주류권력에 강하게 저항한다.

마치 대형 광고판과 같아 보이는 작품 속, 두 개의 비커 안에 담긴 막대에는 각각 '끝없는 전쟁(Endless War)' '당신은 영원히 살 거야(You will live forever)'란 대조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바버라 크루거의 작품에서 '전쟁'이나 '당신'과 같은 단어는 남성 또는 지배권력을 상징한다. 텍스트와 함께 각각 다른 색깔의 이미지로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이미지는 생과 사에 대한 지배권력의 다툼을 암시한다.

그런 크루거의 작품을 두고 그녀의 작품 역시 시장에서 상품으로 소비되며, 실제 광고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광고를 가짜 행복과 거짓 풍요를 만들어내는 매개체라고 믿는 작가는 이미지와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광고의 형식을 차용하여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맹점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녀는 빨간색 테두리를 사용하여 마치 작품을 상품과 같이 보이도록 표현하는데, 이는 물질만능주의와 소비문화 속에서의 예술의 상황을 은유한다. 그녀의 작품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미술 시장에서 상품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꽤 통쾌한 일인지도 모른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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