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혜선 '정글 2'..희미한 빛과 짙은 그림자
파이낸셜뉴스
2016.10.24 18:11
수정 : 2016.10.24 18:11기사원문
몇 해 전 시작된 홈인테리어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소수의 '사람답게 살기' 프로젝트인 줄만 알았던 집안 꾸미기가 실은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물론 허리띠 졸라매고 몇 년만 고생하면 훨씬 더 좋은 동네의 넓은 공간에서 살 줄 알았던 희망이 먼 미래에 혹은 어쩌면 이번 생에는 이룰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는 좌절로 바뀌는 시점과 묘하게 일치한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그 집이 은행과 나의 공동자산이든, 못 하나 못 박는 남의 자산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나만의 취향이라는 것이 실은 '홈스타그램'에 올린 수백만 유사 사진의 하나면 어떠랴. 우리도 이제는 좀 아름답게 살 때가 되었다.
좌혜선의 작품은 수많은 SNS에 올라온 비포(Before) 공간 인증샷에 포함될 법한 '필수요소'투성이다. 베란다와 거실, 두 공간을 구분하는 삼면으로 분할된 유리창,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건너편 아파트 건물, 베란다에 놓인 식물, 턱없이 큰 자리를 차지한 다인용 소파, 모서리를 동그랗게 다듬은 직사각형 탁자, 소파의 맞은편 벽을 차지한 장식장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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