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달밤'..마음의 안식처, 고향

파이낸셜뉴스       2016.10.27 17:58   수정 : 2016.10.27 17:58기사원문



한국 근현대사의 트라우마와 끈질기게 대결해온 작가 신학철(72)은 1980년대 민중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언급된다. 1970년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활동을 시작으로 1985년 김정헌, 오윤, 임옥상 등과 함께 한국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를 구축했고 1987년 '모내기' 그림 사건으로 한국 미술사에서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민주화운동과 맥을 함께해온 작가다.

1980~90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사실주의적 화법과 더불어 콜라주, 포토몽타주 기법 등을 통해 재구성했던 그는 억압자의 이미지를 전쟁무기로 무장한 괴수로 표현하거나, 충돌하는 이미지들의 조합 속에 그로테스크한 형태를 만들어내며 우리 시대의 초상과 그 안의 인간사를 보여주었다.

1980년대 후반 가두투쟁이 사라지고 이른바 운동권이 소멸하면서 신학철의 관심은 과거 정치사에서 민중사로, 민중사에서 서민사로 이행됐다. 이와 더불어 그의 그림은 마치 용틀임하며 위로 감아 올라가던 정치사의 수직 구조로부터 강물의 흐름처럼 옆으로 흐르는 수평적 구조의 서민적 삶의 드라마로 바뀌게 된다.
특히 농촌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작가 자신의 감성과 서정성이 느껴지는 자연주의풍으로 그리는데, 이런 작업에서는 작가 자신이 기억하고 체험한 개인적 삶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과 친밀함의 분위기가 특징이다.

소달구지를 타고 귀가하는 농민들의 아련한 정경을 담은 '달밤'(2013년)은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치열하게 담아내는 대신 마음의 안식처로서의 고향 그리고 그 고향에 대한 개인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다. 마치 달빛의 포근함 속에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의 이 작품은 그간 낯설고 거칠게 다가왔던 그의 구작과는 다른, 새로운 미감과 정취로 다가오는 묘한 끌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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