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노력' 없어도 '비밀 유지'된 기술·정보는 영업비밀

파이낸셜뉴스       2016.11.09 15:31   수정 : 2016.11.09 15:31기사원문

최근 영업비밀 침해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이 당한 침해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의 최신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정보가 일본 업체에 넘어가고 선박건조 관련 비밀정보도 중국 조선소에 유출되는 등 유출 범위 또한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업비밀을 보다 강하게 보호하기 위해 지난 8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유형을 확대하고 해당 침해행위에 대한 벌칙 규정을 정비해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특히 영업비밀의 악의적 침해에 대해 3배 이내의 손해배상 책임이 따르도록 했다.

■손해배상 책임 강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고 독립적인 경제 가치를 갖는 것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합리적 노력'이라는 문구를 삭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업의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가 '비밀로 유지'만 됐다면 해당 정보는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종전 부정경쟁방지법이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로 규정하던 것을 지난해 1월 현행과 같이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로 개정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합리적 노력'까지 삭제하면서 '영업비밀'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보호 가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영업비밀 침해 대상 확대·명문화

악의가 있는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3배 이내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도록 신설한 것도 개정안의 특징이다.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와 고의의 정도, 침해행위의 기간 및 횟수, 침해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득 정도 등 제반 사정이 고려된다.

개정안은 영업비밀의 무단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침해 행위의 유형'도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기존 벌칙안은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 될 것임을 알면서) 취득ㆍ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를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유사한 피해 발생에도 구체적으로 제재할 명문 규정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영업비밀을 취득 또는 시용하거나 제 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는 물론 △정당한 권한을 넘어 영업비밀을 유출 또는 보유하는 행위 △절취·기망·협박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한 행위 △영업 비밀 사용·보유 권한이 소멸했음에도 영업 비밀 보유자로부터 영업 비밀 삭제나 반환 요구를 거부·기피하거나 사본을 보유하는 행위도 침해행위로 규정했다. 영업비밀 침해 대상을 확대해 명문화하고, 상품형태 모방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광욱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는 경우 영업비밀 보호는 보다 강화될 수 있다"면서도 "'합리적 노력'조차 하지 않은 정보가 '비밀로 유지'되기만 하면 법의 전면적 보호를 받게 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령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영업비밀 관리 노력을 등한시 하게 돼 오히려 영업비밀 유출이 조장될 우려가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경쟁사 이직이 과도하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러한 부작용과 우려를 줄일 수 있는 판례를 축적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법무법인 화우 지식재산권팀>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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