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고사인물도'.. 옛사람의 정취
파이낸셜뉴스
2016.11.10 17:15
수정 : 2016.11.10 17:15기사원문
옅은 채색과 담담한 필선으로 당나라 시인 이섭과 이태백의 시제를 화폭에 구현한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다. 한 점은 당나라 시인 이섭의 시 '제학림사승사(題鶴林寺僧舍·학림사 요사에서 짓다)'를 그려낸 작품으로 절간을 찾은 고사의 모습을 표현했다. 중은 반가운 손님을 향해 안채로 안내하는 손짓을 취하고 고사는 데리고 온 시동과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모습인데, 늦은 봄 적막한 산골 오후에 오랜만에 들리는 인물들의 두런거림으로 생기가 도는 모습이다.
또 다른 한 점 역시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제를 동정추월(洞庭秋月)의 구성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둥근 보름달 아래 배 타고 흥취를 즐기는 인물들의 묘사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시구에 걸맞게 취기가 올라 이슬에 젖는 줄 모르는 두 인물과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산등성이 위로 빼꼼 얼굴을 내민 보름달의 표현에 있어 필선을 간소화하고 채색을 극도로 배제해 짙어가는 가을 강가의 아련함을 더해주는 모습이다.
음정우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