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동의 없이 고급 수의 입히고 화장.. "이미 끝났으니 100만원 내라"

파이낸셜뉴스       2016.11.14 17:01   수정 : 2016.11.14 17:02기사원문
(2부) 동물반려산업의 그늘 ‘바가지 상혼’   5. 반려인 두번 울리는 장례상혼
운구차부터 추모관까지 장례 과정 사이사이에 바가지 씌워놓고 '배째라'식
일부 악덕 장례업자는 비용 줄이려 여러마리 사체 한꺼번에 화장하는 경우도
반려동물 장례업체 100여곳.. 정식 등록 업체 20곳 불과





'펫로스 증후군'은 가족처럼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물론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반려동물의 죽음의 원인(질병·사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심각한 경우에는 슬픔의 결과로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회심리현상 영향으로 반려동물 장례시장도 고속성장하고 있다. 덩달아 이를 악용한 '장례상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 악용 장례상혼 기승

14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이용할 경우 장례절차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운구차가 약속한 시간에 집으로 방문한다. 반려인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사체는 추모관에 안치된다. 추모관은 촛불과 생화 장식으로 꾸며지고 위패도 놓여진다. 다만 그 후에는 바로 화장에 들어가지만 염, 수의, 입관까지 모든 절차를 사람과 똑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수의 종류는 삼베에서부터 실크, 인견 금사까지 다양하다. 수습을 마친 사체는 화장터로 옮겨지고 화장하는 데 40분 정도가 소요되며 전체 장례절차에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장례비용은 사체 무게 5㎏ 기준 15만원 안팎이다. 화장 후에는 통상 유골을 납골당에 보관한다. 납골당은 특실(1년 30만원)과 일반실(1년 10만원)로 구분된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꼼수로 비용을 추가해 장례 가격을 부풀리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인 동의 없이 고급 수의와 오동나무 등 일명 '프리미엄 장례'를 치르고 "이미 화장을 마쳤으니 돈을 내야 한다"며 막무가내다. 15만~25만원에 달하는 기본 화장비에 이런 서비스가 포함되면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일부 악덕 장례업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여러 마리 사체를 모아 한꺼번에 화장하고 뒤섞인 유골을 반려인에게 나눠주는 사례도 있다. 반려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엉뚱한 유골을 받아들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동물병원에 장례 고객을 소개해달라는 전단지를 돌리며 주인이 참관하지 않도록 해주면 수수료를 더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실제 이들은 반려인이 참관하면 7만5000원, 참가하지 않을 경우는 10만원을 수수료로 주기도 한다.

■당국 조직.인력부족 '관리 사각지대'

반려동물 장례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우후죽순이다. 파악된 곳만 100여곳에 달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는 20곳 정도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방역관리과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제34조 등에 따라 동물장묘업으로 등록하려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실사 등을 거친 후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나머지 업체는 모두 불법업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저지르는 각종 불법행위다. 특히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트럭에 이동식 소각로를 제작해 화장을 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결국 소각시설에 대한 오염물질 검사와 환경 점검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화장에 사용되는 소각로 가동시간을 무시한 채 당당히 '24시간 화장'을 홍보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현행법상 장례업체가 화장로를 두려면 시설기준을 갖춰야 하고 처리과정을 24시간 녹화해 1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소방과 관련된 안전이나 국민 보건위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시설기준을 마련해뒀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더불어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산에 묻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공공장소에 매장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반려인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강아지 반려인 김유진씨는 "국내 반려동물 사육인구가 1000만명인데 합법 장례업체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며 "더구나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장례업체를 찾을 텐데 그 업체가 불법업체인지 알 방법도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소비자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렇지만 해당 지자체의 조직 및 관리인력의 부재로 불법행위 단속과 업체관리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방역관리과 관계자는 "인구가 많은 서울시를 포함한 대부분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동물장묘업체 등록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불법 동물장묘업체가 크게 늘어나고 불법행위가 성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직과 인력이 부족해 단속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제보를 받습니다 반려동물 특별취재팀 pet@fnnews.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fnpe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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