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판타지'가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2016.11.29 17:21
수정 : 2016.11.29 17:21기사원문
4차 산업혁명. 올 초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거론하면서 삽시간에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당연히 한국도 4차 산업혁명의 조류에 편승하겠다며 제조업 3.0 같은 수많은 관련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기름을 부었다.
이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2주간 4차 산업혁명의 대표 도시들인 런던과 독일 뮌헨, 프랑크푸르트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이번 연수에서 강렬하게 와닿은 게 있다. 그건 개념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얽매이다보니 현실을 저평가하고 부정하는 오류를 번번이 범했다.
사실 연수 직전 국내 교육을 받고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전까지 4차 산업혁명을 '마법의 지팡이'나 '판타지'처럼 생각했다. 현장에 가면 당장이라도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그런 막연한 기대감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증기기관이나 아이폰 같은 '파괴적 혁신'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접한 '핀테크 메카' 런던과 제조업 혁신의 상징인 독일의 4차 산업혁명 현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이들 도시에서 만난 석학들과 각계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 정보화 혁명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표현들이다.
현장에서 목격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그동안 발전시켜 왔던 것들의 연장선이었다.
누군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그랬던 것처럼.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AI), 완전자율주행차, 현실세계 같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이 완전히 실현된 유비쿼터스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할 만큼 아주 느린 속도로, 그러나 끊임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영국과 독일에서 만난 여러 전문가에게 4차 산업혁명의 비결을 물었다. 그들 가운데는 "세계 최고의 통신환경과 삼성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포진한 한국이 우리보다 앞서 가고 있다"는 반응도 꽤 있었다.
결국 밖에서 보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 경주에서 선두권에 있는 듯하다. 역설적이다. 우리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승자가 되는 방법을 밖에서만 찾으려는 조급증이 도진 것 같다. 남의 것이 아닌 우리가 잘하는 걸 하면 되는 것이다. 영국의 핀테크, 독일의 제조업 혁신을 답습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러려면 4차 산업혁명의 굴레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연수 교육 중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혁신 기술들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정책자들이 깊이 새겨볼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의 조급증에 빠진 것은 아닌지.
cgapc@fnnews.com 산업부 최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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