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물방울'

파이낸셜뉴스       2016.12.01 17:42   수정 : 2016.12.01 17:42기사원문
생성과 소멸의 반복



한 화면 속에 물방울과 그 궤적이 함께 자리한다. 물방울은 그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소멸된 흔적과 함께 놓여 있기에 존재 의미를 더한다. 물방울 하나하나의 존재는 배경에 스며들며 다른 물방울들과 함께 합쳐지고 하나가 된다. 물방울이 스며들어 짙은 얼룩이 되어버린 이 자리는 물방울이 사라져 자취를 감춘 흔적이며, 동시에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는 상단에 같은 구도로 배치된,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물방울의 형태와 대조된다. 이제 막 생겨난 듯 투명한 유리알 같은 반짝임을 가진 물방울들은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듯하지만 결국 시간의 흐름 앞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 화면에서 공존하는 생성과 소멸은 반복되어 이 작품 속에서 무한한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흔히 '물방울 작가'로 불리며 물방울 작업에 매진해온 김창열 화백(87)의 작품세계는 물방울로 귀결된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물방울들은 화면 위에 자리하거나 흘러내리고 혹은 스며든다.
197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진행형인 그의 작업은 한결같으면서도 그 속에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했던 존재의 의미 탐구와 대상의 재현, 비재현적 이미지에 대한 연구를 보여준다. 또한 공간성에 대한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생지의 마포 위에 대각선상으로 스밈의 흔적과 물방울을 상하로 배치해 주변의 여백을 압도하며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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