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요시토모 '무제'.. 샐쭉한 표정 뒤에 감춘 불안

파이낸셜뉴스       2016.12.22 17:08   수정 : 2016.12.22 17:08기사원문



눈꼬리를 치켜뜨고 입을 샐쭉거리는 그림 속 소녀는 반항심과 더불어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얽혀있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양손의 두 번째 손가락 끝을 마주 대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불안감과 동시에 내면에 감춰진 나약함마저 느껴진다.

순수한 어린이와 인간의 사악함을 가까이 붙여놓은 듯한, 소위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로 불리는 나라 요시토모(57)의 캐릭터들은 국내 대중에게는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하드보일드, 하드 럭'의 삽화를 통해 먼저 친숙해졌다.

1959년 일본 히로사키 출생인 나라 요시토모는 아이치현립예술대학을 나와 1988년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에서 유학한 후 2000년까지는 주로 독일을 근거지로 활동해왔다. 그는 유년 시절 일하는 부모님과 외딴 시골에서 살았는데 당시 종종 상상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혼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독특한 캐릭터와 주제들은 어린 시절 홀로된 경험과 더불어 그때 접했던 1970년대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펑크록 등 대중문화의 영향 속에 만들어졌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가볍고 유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미움과 사랑, 귀여움과 사악함 등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반된 감정들이 뒤엉켜 복잡 미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는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웹 기반의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지만 실질적으론 진실하지 못한 부재의 상황들, 현대인의 본질적 고독과 불안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에 대한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나라 요시토모를 필두로 한 최근 일본 현대미술의 공통적 분위기로, 작가의 주관적 기억과 일상을 통해 자신 안에 생성된 혹은 반영된 사회를 일본화, 유화, 만화,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다양한 미술표현을 통해 이 사회에 대한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각자만의 독특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현경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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