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바람'
파이낸셜뉴스
2017.02.09 17:18
수정 : 2017.02.09 17:18기사원문
자유로운 붓자국, 기운생동한 만남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1)은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연작을 통해 절제되고 엄격한 추상양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다 자유분방한 추상의 세계로 이행해 '바람' 연작을 선보였다. 작가는 자기억제와 개념추구에 한정시킨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연작을 다년간 제작하면서 절제와 완벽의 절정을 이룸과 동시에 이념과 신체활동성의 한계를 마주하게 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손놀림이나 붓질에 운동감을 줘 자율성을 찾아보고자 시도했다.
'바람' 연작은 제작된 시기에 따라 화면의 선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유동성이 다르다. 전반의 작품들은 질서의 반복성이 남아 있어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하는 특성을 갖지만, 후반의 작품들은 화면 안에 선들이 머물면서도 더욱 더 자유롭게 해체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부유하는 듯한 흐름을 보여준다. 또 이 시기의 작품들은 선들의 중첩으로 증폭되는 형식을 갖거나 간결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선으로 나타난다.
1991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100호의 커다란 화폭에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은 회색조의 붓자국들이 한데 어울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성과 소멸을 보여준다. 각자의 방향성을 가진 붓자국들이 자유롭게 부유하는 듯 보이면서도 기운생동하는 찰나적인 만남의 장(場)을 형성하고 있어 '바람' 연작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현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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