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초충도'
파이낸셜뉴스
2017.02.13 17:31
수정 : 2017.02.13 17:31기사원문
열매에 날아든 잠자리.. 장수·출세 기원
집 한구석 마당에 꽈리가 붉은 열매를 맺었다. 키는 작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꽈리를 구절초가 감싸안고 잠자리와 나비가 어느새 날아든다. 치열했던 여름을 지나 열매를 맺는 시절의 변화를 푸른빛 감지(紺紙)에 그려낸 이는 조선시대 여류 예술가 신사임당(1504~1551)이다.
신사임당은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다. '현모양처'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지만 최근 들어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선구적 인물이자 독자적 예술세계를 펼친 예술가라는 관점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조선시대에 꽃과 나비는 남녀나 부부 간의 다정한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을 치장하는 데 주로 쓰였는데, 특히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그 이상으로 다산(多産), 자손 번창,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담아내 행복하고 영화롭게 오래 사는 것을 바라던 당대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신사임당의 그림은 단순하고 간결한 구도 안에 균형미와 아름다운 색채를 더해 한국적인 멋을 살렸을 뿐 아니라 묘사 또한 뛰어나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일반적으로 40~90㎝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꽈리의 크기에 맞춰 잠자리의 비율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꽈리가 여무는 시기와 잠자리가 등장하는 가을 초입의 계절적 변화도 담아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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