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유 '마릴린 먼로(존 F 케네디)'
파이낸셜뉴스
2017.02.20 17:23
수정 : 2017.02.20 17:23기사원문
교차와 착시, 현대인의 숨은 얼굴
강렬한 오렌지색의 초상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만인의 연인'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다. 먼로의 얼굴을 구성하는 촘촘한 픽셀(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엔 전혀 다른 인물이 들어가 있다. 다름 아닌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다.
케네디의 이미지는 약 500개의 점으로 반복돼 있고, 그것은 다시 행복을 머금고 있는 먼로의 얼굴로 형상화돼 있다. 일국의 대통령과 당대 최고의 미녀 배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의 결합이 만들어낸 하나의 얼굴. 과연 누구의 초상화일까.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치마를 펄럭이며 천진하게 웃는 금발의 섹시 스타, 평화와 자유주의의 대표주자이자 '미국의 영원한 젊음' 케네디. 지난 세기 두 사람의 이미지는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반복됐을 것이다. 진부한 소재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선함을 잃은 두 얼굴의 '교차'와 그것이 만들어낸 '착시'는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준다. '먼로+케네디'의 조합이 만들어낸 착시는 자기 자신의 얼굴도 객관적으로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얼굴'을 표상한 듯하다. 작품은 거리나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닐까.
조은주 갤러리조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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