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 투자액 사상최대…주가 거품 우려

파이낸셜뉴스       2017.03.20 05:09   수정 : 2017.03.20 05:09기사원문

올 1, 2월 전세계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규모가 1310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TF 유입자금 가운데 상당분은 단기자금이어서 멋모르고 가세한 투자자들이 이들 단기자금이 빠질 때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금흐름이 역전돼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ETF에 몰렸던 단타자금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주가 붕괴를 유발하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더욱이 ETF 유입 규모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3900억달러가 유입돼 사상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 1, 2월에도 또 다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뜩이나 열기가 고조된 미국 증시에 ETF를 통한 자금유입이 더해지면서 뉴욕증시는 이달초 사상최고를 찍었다.

영국 자산운용사 RWC 최고경영자(CEO)인 댄 매닉스는 자금흐름이 역전될 가능성은 충분하고, 이 경우 정교한 투자방법을 익히지 못한 개미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매닉스는 "자금 흐름의 조류가 바뀔 위험이 있다"면서 "ETF 유입 자금 대부분이 단기자금이어서 자산가격 하락이 급속한 ETF 매도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ETF 자금의 급속한 유출을 부르는 악순환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경우 ETF 시장에 참가한 대형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민첩성이 떨어지는 개미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훨씬 더 크다고 경고했다.

소시에테제네럴(SG)의 시장전략가 앨버트 에드워즈는 "미 주식시장 가치가 전혀 정당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경우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이나 일본 증시에 비해 프리미엄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S&P500 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11.6% 뛰었고, 1년 뒤 실적전망에 대비한 주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배율(PER)은 사상최고 수준인 18배에 이르고 있다.

지금의 ETF 자금유입 흐름이 닷컴버블 붕괴로 이어진 1999년,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상황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보험사 어비바의 자산운용 자회사인 어비바 인베스터스의 유안 먼로 CEO는 투자자금 흐름은 조류가 막 바뀌기 직전 최대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의 ETF 자금유입 흐름이 1999년과 2006년과 닮았다고 우려했다.

시장이 하강세로 돌아서면 자금을 빼기도 어려울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세인트제임스플레이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 랠프는 "시장 하강기에 빠져나오려는 ETF 투자자들은 생각보다 ETF의 유동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이전에도 시장 변동성이 높았을 때 ETF는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경고는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권고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버핏은 지난달 말 CNBC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에 거품은 없다면서 관리비용이 거의 없는 ETF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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