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에도 대중 수출 호조.. 왜?
파이낸셜뉴스
2017.03.21 17:10
수정 : 2017.03.21 17:10기사원문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길어질 조짐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보복 조치는 7단계로 이뤄지는데 지금은 5단계다. 외교적 비난, 비자 발급 규제, 단체관광객 통제, 위생점검 등 비관세 장벽 강화까지가 4단계다.
5단계는 세무조사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다. 남은 6, 7단계는 자본시장 철수와 직접적 수출입 통제다. 중국 자본이 이탈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도 추락했다.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호감도가 3.21점으로 일본(3.33)보다 낮았다. 반중 정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도 올초 40%(한국갤럽)에서 이달 34.7%(코리아리서치)로 낮아졌다.
중국 내에서 자성론이 나오는 이유다. 기대했던 사드 철회가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이러다 한국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최근 폐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 다루지 않으면 통제하기 어렵다. 적대 세력에 반격의 기회를 줘 중국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우리만 손해일까. 지난해 한·중 교역 규모는 2113억달러다. 한국의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5%인 반면 중국 수출에서 한국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의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한국의 지난 2월 중국 수출은 28.7% 늘어 6년여 만에 최대다. 4개월째 증가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는 뻔하다. 한국의 중국 수출 물량 가운데 원자재.중간재 비중이 90%가 넘는다. 가공무역을 주로 하는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등 한국산 핵심 부품 없이는 하이테크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과 사이가 틀어졌다. 지난해 대만 독립을 주창한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된 후 양안 관계도 여전히 냉랭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마저 더 나빠지면 미국만 남는데 중국 경제에 득이 될 리가 없다.
한.중 경제는 이만큼 얽히고설켜 있다. 중국은 외교적 명분도, 경제적 실익도 없는 무차별 보복으로 한국의 반감만 키우고 있다. 서로가 지는 게임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2년 전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제조업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술 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정부까지 무차별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게 그 이유다. 우리도 이제는 차분하게 '포스트 차이나'를 준비할 때다. 중국 특수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야 한국 경제의 체력도 강해진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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