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신드롬, 정치권 느끼는 게 없나
2017.04.06 17:37
수정 : 2017.04.06 17:37기사원문
인터넷은행발(發) 금융혁신은 이제 시작이다. 2호 카카오뱅크도 본인가를 받아 이르면 6월 영업에 나선다. 카카오뱅크는 4000만명이 가입해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으로 무장해 '더 센 메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확 낮추고 계좌 트는 시간도 7분으로 줄이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 출범은 선진국에 비해 10년 안팎 늦었다. 중국에도 2년 뒤졌다. 케케묵은 규제로 다투다 십수년을 허송세월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 핀테크(금융+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한 이유다. 한국 금융경쟁력 순위(80위)가 아프리카 우간다(77위)보다 낮다는 세계경제포럼(WEF) 통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ICT기업이 은행의 혁신을 이끌려면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KT는 K뱅크 지분의 8%,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10%만 갖고 있을 뿐이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갖지 못하게 금지한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예외로 해주는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을 전제로 인가증을 내줬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케이뱅크는 벌써 초기자본금 25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다.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영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더 필요하지만 규제에 막혀 있다. 이러다간 자칫 은행이 돈이 없어 장사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출발도 한참 늦었는데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는 가계빚을 억제하겠다며 금융권 대출을 옥죄면서 서민들은 고리 대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도권에서 밀려난 서민층과 소상공인의 중금리 대출을 주로 하는 인터넷은행의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다. 문재인.안철수 등 대선주자들도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법 통과에는 소극적이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 은산분리 규제부터 풀길 바란다.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