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설씨 분신자살 유서 대필 사건 24년만에 재심 상고심서 무죄 확정
파이낸셜뉴스
2017.07.19 19:36
수정 : 2017.07.19 19:36기사원문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씨(당시 25세)가 분신자살하자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강기훈씨(52)를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강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다.
하지만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명지대생이 숨진 '강경대군 치사사건'에 대한 대학생들의 항의성 분신이 이어지자 정부가 국면전환을 위해 유서 대필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그동안 제기돼왔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씨가 유서를 대신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심을 권고했고 강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 개시를 청구해 2009년 9월 인용 결정을 받았다.
2015년 5월 대법원은 강씨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강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24년 만이자, 재심을 청구한 지 7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강씨의 필적과 이 사건 유서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판단한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유서를 대필해 자살을 방조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재심을 담당한 서울고법도 2015년 2월 김기설씨가 분신자살을 하며 남긴 유서의 필적이 김씨 본인의 것이 아니라 강씨의 필적이라고 판단한 1991년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한편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은 강씨와 강씨의 가족 등 6명이 국가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강신욱 부장검사 등 3명을 상대로 낸 31억원 상당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등은 강씨와 강씨 가족에게 6억8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은 필체감정 결과가 수사과정과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가 돼 유죄판결이 나왔다"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피의사실 및 강씨의 인적사항이 모두 공개돼 강씨가 사회생활 등에 많은 지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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