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 원가 공개한다고 치킨값 내릴까" 소비자·업계 시큰둥
2017.09.01 17:48
수정 : 2017.09.01 21:28기사원문
#.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김희원씨(51)는 생닭을 구매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 이날 김씨가 구매하려던 생닭은 11호(1㎏)로 가격표엔 4550원이 적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달 31일자 대형마트 납품 생닭 가격은 3083원이다.
치킨프랜차이즈나 업체나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닭고기(생닭) 원가 공시가 시작된 가운데 실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부터 전날 거래된 닭고기 가격을 다음 날 오후 2시에 확인할 수 있는 닭고기 가격 공시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프라이드치킨에서 원자재인 생닭 가격 비중을 감안하면 원자재 가격을 공개하더라도 부자재 가격이나 점포임대료 등 가격변수가 많은 만큼 별 의미가 없다는 게 이유다.
■소비자, 투명성 강화 '환영'-실효성은 '글쎄'
농식품부 홈페이지에 공시되는 가격은 하림, 마니커, 목우촌 등 육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살아 있는 닭을 사들이는 평균가격(위탁생계가격)과 도축장에서 가공한 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에 납품할 때 받는 평균가격(도매가격) 등이다. 그동안 육계협회에서 생닭 한 마리의 가격은 공개해 왔지만 도축된 닭의 판매가격까지 공시한 것은 처음이다.
주요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기본메뉴인 프라이드치킨은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 정도. 8월 31일 기준 프랜차이즈 업계에 납품되는 도계(가공된 닭)는 2665원(1㎏)이다. 이를 두고 각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고시된 가격은 물류비.가공비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뺀 가격"이라는 주장이다. 500원에서 1000원 정도는 더 붙은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얘기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워낙 생닭은 변동성이 커 가격을 공개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생닭값 공개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우리도 오해를 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닭값보다 치킨값 인상에 있어서 더 문제가 되는 건 인건비.임대료 등 부차적인 부분"이라며 "요즘엔 배달앱 결제수수료만 마리당 11%가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치킨 한 마리가 1만6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도계의 납품가격 비중은 16% 정도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는 "유통마진 공개 등 정부가 시장 자율성에 많이 개입한다는 생각이 들어 시장가격 형성 원리가 우려된다"고도 입장을 전했다.
■업계 "효과 없는 시장지배적 정책"
자영업자들 역시 생닭값 공개가 가격안정에 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치킨은 집에서 튀기기 힘들기 때문에 고객들은 서비스나 수고로움 등을 감안해서 비용을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생닭값을 공개한다고 나머지 기름.파우더 등 다른 재료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 책정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도 "임대료.배달앱 등이 더 문제"라며 "생닭값은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생닭값 공개에 대해 "가격공시는 닭고기 값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가격 공시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인상을 시도할 때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에서는 "이번 닭고기 가격공시를 시작으로 의무 가격공시제, 축산물가격 의무신고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