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닐슨 성균관대 교수 "해외투자 환헤지, 가장 손쉬운 전략은 포트폴리오 다양화"

파이낸셜뉴스       2017.09.06 17:44   수정 : 2017.09.06 17:44기사원문
'제15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 강연자 인터뷰
한국 헤지펀드, 양질의 성장에도 시장 진입 문턱은 여전히 높아
규제로 억누르기보다 美처럼 불량 헤지펀드 걸러낼 수 있는 자정시스템 만들어줘야



"환 헤지의 핵심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다양화시키는 것이다. 헤지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인데 환율은 상대에 대한 상대적 가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 항상 상쇄될 수 있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해외투자의 큰 변수 중 하나인 환 헤지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환 헤지는 해외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직면하는 환율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해외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기관투자자도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해외투자가 본격화되면서 환 헤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5년 동안 채권과 외환 전문가로 활약한 닐슨 교수는 환 헤지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라고 조언한다. 특히 통화 헤지는 기준이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포트폴리오 전체를 두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헤지펀드 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했지만 정부 규제가 시장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해외투자 다양화가 최선

닐슨 교수가 조언하는 해외투자 시 환 헤지의 포인트는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초자산, 주식, 통화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면 이들 사이에 상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리스크를 줄이면서 환 헤지가 된다는 설명이다.

닐슨 교수는 "개인투자자가 해외주식을 직접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고, 수익률은 달러와 반대로 가야 좋다"면서 "그런데 미국주식만 샀을 경우와 영국, 일본 주식을 함께 샀을 경우를 비교하면 다양하게 주식을 사야 각 나라의 외환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면서 상쇄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해외 대체투자에 나서거나 연기금이 장기투자를 할 때에도 실제 수익을 내려면 환율 변동성을 고려한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 헤지는 어떻게 투자자산을 구성했는지, 언제 투자를 진행했는지, 언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닐슨 교수가 "하나의 룰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다. 그는 "기초자산을 따로 따로 생각해서 헤징을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얼마 만큼 헤징을 할 지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도 해외투자 시 외환 고려는 당연하다. 닐슨 교수는 "테슬라의 가치를 보고 주식을 샀는데 원화가 떨어지면 수익률이 어떻게 될까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개인투자자는 해외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접하는데 이 경우 헤징을 한 ETF가 따로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헤지펀드 급성장…규제 풀어야

닐슨 교수는 한국 헤지펀드 시장이 최근 질적으로도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헤지펀드 설립을 위한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시장 진입 문턱이 높은 것을 시장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같이 시장이 불량 헤지펀드를 걸러낼 수 있는 자정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많은 국가는 헤지펀드 설립을 위해서 자본금 요건을 내걸고 있다"면서 "미국처럼 발전된 시장은 회사 자본금이 없더라도 헤지펀드 매니저가 있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한국은 헤지펀드 운용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금 등 일정 요건을 갖추고 금융감독원에 인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적 절차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헤지펀드 운용사가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시장의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닐슨 교수는 "외국에서도 헤지펀드를 감시하는 회사와 함께 일하지 않으면 그 헤지펀드에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헤지펀드의 경우 비용이 워낙 크게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헤지펀드를 감시하는 회사 서비스를 받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예 투자를 못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금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얹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한다는 의미다.

닐슨 교수는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유럽중앙행(ECB)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등을 앞두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은 헤지펀드 시장에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은 변동성이 커지면서 헤지펀드 시장과 매니저에게 기회로 작용했다"면서 "능력이 된다면 이 시장이 수익률을 내기에 좋은 환경이고, 이제 한국 시장에서 배출한 세계적인 헤지펀드 매니저가 한 명 정도 탄생할 시기"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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