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남편을 '서방님'이라 부르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2017.10.05 09:00
수정 : 2017.10.05 10:03기사원문
내 남편도 아닌데 '서방님'이라고 부르려고 하니 도통 입에 붙지 않는다. '결혼하여 내 짝이된 남자를 서방님이 불러야하는것 아닌가?'하고 의구심이 든다. 결국 김씨는 대체할 호칭이 없어 어색한 미소와 함께 호칭을 붙이고 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부부라면 어색한 것이 바로 시댁,처가댁 식구들의 호칭이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으니 그에 맞는 호칭을 익혀야하는데 여지껏 이모(부), (외)삼촌, 고모(부) 등만 입에 익다보니 처제 처남, 도련님 아가씨 등의 호칭이 낯설기만 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서방님'은 남편의 높임말 또는 결혼한 시동생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손아래 시누이의 남편을 부르는 말로 뜻풀이되어 있다.
문제는 사전풀이만 따진다면 내 남편도 '서방님'이고 남의 남편(시동생, 시누이의 남편)도 '서방님'인 것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온라인에선 '왜 남의 남편을 서방님이라 불러야하는가'는 식의 기혼여성들의 성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호칭이 어색해서인지 실제로는 결혼한 시동생을 여전히 '도련님'이라 부른다거나 시누이 남편은 '고모부'이라고 부른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 같이 어색한 경우는 여자에게만 있지 않다. 남자의 경우 '아내 오빠의 아내'를 '아주머니'라고 지칭한다. 그런데 요즘은 처음 만나거나 잘 모르는 기혼 여성을 아주머니라 부르다보니 손윗사람의 아내를 아주머니라 부르기 난처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처가댁 식구들과 왕래가 잦은 박성현(가명)씨는 "형님(아내의 오빠)의 아내분을 아주머니라 부르자니 곤혹스럽다. 손윗사람을 마치 남처럼 대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호칭은 아니지만 자녀의 이름을 붙여 OO외숙모라 부르곤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 "남편 호칭에 서방님은 부적절"
과거에는 친인척이라도 남녀 간에 서로 얼굴을 대하기를 피했다. 그래서 서로의 호칭을 쓰는일도 부르는 말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족구성의 형태가 달라지고 가정내 호칭과 지칭이 달라졌다. 또한 처가 식구들과 왕래도 잦아지면서 서로를 적정하게 부르는 말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표준이 없다보니 가족간 호칭·지칭이 지역·세대마다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호칭어, 지칭어, 경어법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덜기 위해 '표준 화법 해설'(1992)이라는 생활언어 표준안을 만들었다. 또 이것을 수정·보완해 2011년 '표준 언어 예절' 지침을 펴냈다.
이 '표준 화법 해설(언어 예절)'에서 시누이의 남편을 '서방님'으로 제안한 것이다.
반면, 남편 호칭에 서방님은 제외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풀이와 달리 국립국어원은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편이 좋다는 판단이다. 왜 제외됐을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서방님'은 '남편'의 높임말 또는 결혼한 시동생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고, 서방은 남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뜻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표준 언어 예절"(국립국어원, 2011)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어형(단어의 형태)은 배제하고, 언어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그릇된 것 또한 배제했다. 이에 따라 '서방님'은 남편을 부르는 말에서 제외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 관계자는 "'서방님'이라는 단어를 남편을 부르는 말로 국한지어 생각해 타인에 쓰는것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서방님' 단어는 높임말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시대에 부부는 동등한 관계임을 고려할 때 남편의 호칭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방님'이라는 단어를 남편을 뜻하는 호칭으로 생각하기보단 시동생(기혼)이나 시누이의 남편을 높여 부르는 호칭예절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아주머니' 호칭에 대해서 "아주머니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현재 그 의미가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는 말로 확대된 것이지 대체된것이 아니다"며 "'아주머니'의 높임말인 '아주머님'으로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아내 남동생의 아내'의 호칭은?
명절마다 헷갈리는 시댁·처가댁 호칭을 정리해보았다.
남성은 아내의 오빠를 자신보다 연장자일 경우 '형님' 아래면 '처남'으로 부른다. 배우자의 호칭은 그 남편 호칭에 맞춰 아주머니(님) 또는 처남댁으로 부른다.
아내의 언니는 '처형', 배우자는 연장자이면 '형님' 아래면 '동서'로 부른다.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라고 부르며, 배우자는 '동서'라고 부르지만 성(姓)씨를 붙여'김서방', '이서방'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내는 남편의 형을 '아주버님', 배우자를 '형님'이라 부른다. 남편의 누나는 '형님'이라 부르고 배우자는 '아주버님'이라 호칭한다.
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일 경우 '도련님', 기혼일 경우 '서방님'이라고 부른다. 배우자는 '동서'라고 부른다. 남편의 여동생은 '아가씨'라 부르며 배우자는 '서방님'이라 부른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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