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속 北, 내년 평창동계패럴림픽 참가 결정… 속내는

파이낸셜뉴스       2017.10.01 14:24   수정 : 2017.10.01 18:52기사원문
국제사회 고립 '출구전략'으로 선택
북한 선수의 남한행 자체가 최대 안전보장수단 될수있어 우리정부도 적극 설득나서
"北 유화정책으로 가선 안돼"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도



북한의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참가 결정은 우리와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지만 얻고자 하는 바는 다르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 전까지 핵미사일 능력을 완성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제사회로 나오는 '출구전략'으로 평창을 활용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올림픽의 '안전보장'을 위해 북한이 참석하는 것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고, 이를 계기로 북한을 협상 모드로 전환시켜 본격적인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아울러 북한이 평창올릭픽 이후에 열리는 패럴림픽 참석을 결정한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의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핵미사일 도발 프로그램과 스포츠.문화 행사를 분리해 파이를 최대한으로 늘려가고 있는 북한판 '투트랙' 국면에서 평창올림픽 참가가 대북 유화조치로 이어질 경우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격 해빙이 아닌 북한의 '탈고립' 전략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중 등 국제사회와 더욱 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北, 평창을 출구로 이용할 듯"

1일 북한이 평창 패럴림픽 참가를 결정지으면서 평창올림픽 참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북한으로선 고조된 한반도 위기 관리의 공을 한국으로 넘기고, 북·미 대화 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패럴림픽에 온다는 건 당연히 올림픽에도 오겠다는 것"이라면서 "그 전까지 한반도 위기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공을 우리에게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참가 의향을 나타냄으로써 북핵도발 국면에서 한반도 정세의 책임소재를 우리에게 돌릴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자체 핵미사일 도발 프로그램에 따라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낮추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유엔총회 기간 미국과 치고받으면서 위축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도발을 최소화해 소강기를 가지고 11~12월에 다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 도발에 나서 핵능력 완성을 선언하는 것이 그들의 스케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렇게 다시 긴장이 고조되면 김정은이 내년 신년사에서 핵능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핵은 방어수단임을 강조한 뒤,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평창올림픽 참가를 얘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北 평창 참가→대북 유화조치로 이어지는 것 경계"

우리 정부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설득에 필사적이다. 북한의 참가 결정 자체가 '올림픽 기간 전쟁은 없다'는 안전보장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김준형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경계태세를 잘한다 해도 북한 선수단 참가만큼 확실한 안전보장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선수단이 아니더라도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초청선수' 몫을 최대한 북한에 보장하겠다며 북한을 적극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평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정부의 기대감도 크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우리 외교안보라인은 최근 독일 베를린을 방문,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진하면서도 평창올림픽을 통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전격 대북 유화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이 그렇듯 우리도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평창 방문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 복원 등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핵미사일 문제는 지금처럼 국제사회 틀 속에서 해결해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교수도 "(북한이) 평창에 온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 자체가 핵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北 인권 강조 측면도

북한으로서는 마침 피겨 페어종목에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는 명분도 생겼다. 북한의 피겨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는 전날 자력으로 대회 출전권을 따낸 첫 북한 선수가 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북한이 하겠지만 서울로 올 수 있는 명분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패럴림픽 참가 자체가 국제사회에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차 박사는 "북한이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인데, 장애인 스포츠단을 출전시키는 자체가 인권을 강조하는 선전 수단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김정은은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평양 방문을 허락하는 등 선전 차원에서 장애인을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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