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OECD도 다 아는 ‘취업-전공 불일치’, ‘노동 경직성’... 저성장 시발점
파이낸셜뉴스
2017.10.27 10:01
수정 : 2017.11.01 10:40기사원문
‘취업-전공 불일치’가 근로자의 소득에도 영향
OECD, 기업의 정규직 해고 절차 합리적 강화해야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 접근성의 불일치(mismatch)로 인해 발생하는 청년 취업난, 중소기업 구인난의 문제가 있으며 우리 정부가 동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지적하면서 OECD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화 : 대한민국 차세대 생산 혁명의 동력'를 전달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한국의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국민의 디지털화를 통해 해결점을 제시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공식 석상에서 못다 한 말을 이 보고서를 통해 대신 전달했다.
■ OECD도 알고 있는 한국의 ‘취업-전공 불일치’... 투자 손실 클 것
문 대통령이 지적한 한국 젊은이의 ‘취업-전공 불일치’ 문제를 OECD도 공감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는 기량과 자격이 탄탄하다고 해서 반드시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1월에 펴낸 ‘대졸 청년의 전공일치 취업 실태 분석’ 보고서를 살펴봤다. 전체 대졸 취업자의 전공 불일치 비율은 2005년 23.8%에서 2011년 27.4%로 6년간 3.6%포인트 상승했다. 나아가 개발원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전공불일치 취업자가 49.8%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1년 기준으로 인문계열 전공 불일치율이 44.9%로 사회(30.5%), 공학(23.4%)계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인문 계열 졸업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싶어도 취업이 안돼 전공과 가깝거나 무관한 곳으로 ‘하향 취업’을 택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뜻이다.
최근 신조어로 떠오른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이란 말이 이때 태생됐다고 봐야 한다. 나아가 한때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이공계 기피’가 앞으로는 ‘인문계 기피’라고 이어질 양상이 커 보인다.
취업-전공 불일치는 근로자의 소득에도 차이를 보였다. 지역과 상관없이 4년제 대졸과 전문대졸 모두 전공일치 취업자들은 각각 222만원과 187만원을 받았으며 전공불일치 취업자들은 각각 206만원, 178만원으로 나타났다.
OECD는 더 신랄한 비판을 했다. 2012년 OECD에 가입된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는 63%가 직무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이탈리아, 뉴질랜드, 스웨덴 등과 함께 전공 불일치 비율이 특히 높았으며 이에 반해 오스트레일리아는 전공과 학력에서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OECD는 이점을 들며 대학 과정에서 전공자들이 쏟아붓는 시간적·금전적 투자의 손실이 클 것이며 더 나아가 기업은 생산성 및 조직 혁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한국이 디지털 변혁을 이루기 위해 올바른 기량을 갖추려면 사회 진출 전초전인 교육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교육 기관과 기업 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기량 불일치를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초·중·고 단계에서 양질의 진로 상담을 제공하고 사회 수요에 맞춘 대학정원 조정 등을 통해 교육의 낭비를 최소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교육 기관은 기업에 전공의 설계와 수용 과정을 참여시키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내가 먼저'라 외치는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
한국의 노동유연성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유연성을 강화를 주장해왔고, 노동계는 이때마다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정규직=평생직장’ 의 인식이 2010년 들어 깨지면서 30대 그룹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85개월(7년1개월, 2015 통계청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로 8년이 채 안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OECD는 한국이 더욱 더 노동 시장의 유연성 증대를 조언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 안정을 완화하면 혁신 성과를 강화할 수 있고, 임금 불평등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균 근속기간 7년이라는 상대적 짧은 근속년수를 보이면서도 OECD가 유연성을 증대하라고 한 이유는 뭘까. 노동시장법제의 국제비교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OECD의 고용보호법제 지수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2.29)보다도 낮고, 순서로는 34개국 중 13등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고용보호법제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중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조사에서는 퇴직금을 임금 성격으로 보아 해고비용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평가항목 중 우리나라의 높은 퇴직금을 ‘해고비용’으로 포함 시키면 노동 유연성은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이점이 경영계가 유연성의 재평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간 한국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정부 정책·사업 관행·사회 관습 그리고 강력한 노동조합의 힘으로 높은 수준의 ‘어려운 해고’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보호가 기업으로서는 정규직 해고 비용을 피하기 위해 주로 기간제 근로자인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수입 격차는 취업-전공 불일치 격차보다 더하다. 이는 비단 일반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뚜렷이 볼 수 있다.
따라서 OECD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절차를 합리적으로 강화하고 다양한 고용계약 형태를 발굴해 임금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임금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 보장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위 30대 기업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가 8년이라는 점은 ‘그들만의 리그’일지 모른다.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는 자신이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기간제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영력을 꾸준히 확대 발전시킬만한 능력이 있다.
문제는 대다수를 이루는 일반 근로자다. 우리나라는 현재 보호받아야할 대다수의 근로자와 자신이 보호 받지 못한다고 외치는 소수, 양쪽 모두가 ‘내가 먼저’라고 외친 양상이다. 기형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노동법과 노동시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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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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