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굼벵이 걸음' 한국 경제...이유는 규제"
파이낸셜뉴스
2017.11.01 10:28
수정 : 2017.11.01 10:28기사원문
"세계 최대 R&D 비용 쏟아붓는데 관리비로 펑펑"
내수 침체와 수출 하락으로 저성장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칼을 빼들었다. OECD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기업의 디지털화로 꼽았으며 이를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의 개방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규제 완화와 R&D 투자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답답한 규제가 '신산업' 앞길 막는다
그러다 2005년 유가 상승에 힘입어 석유 제품이 5대 수출품으로 들어온 이후 2017년까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은 여전히 반도체·자동차·조선·휴대폰·석유제품 등이었다. 이는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력 산업을 철저히 보호하는 정책을 펴면서 고착화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덩치 큰 대기업에 가려 경제의 '허리'를 상실한 채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OECD는 한국에서 더 이상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 데에 ‘제품 시장규제(PMR: Product Market Regulation) 지표’를 들었다. 제품 시장규제는 OECD가 3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제품시장에 대한 규제 상태와 시장 구조에 대한 정보를 조사한 지표다.
한국은 2013년 발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제품 시장 규제 지표에서 약 1.8 수준으로 4위로 나타났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1.5 이하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더불어 OECD는 ‘규제 비용 총량제(Cost-in, Cost-out)'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인의 막힌 숨통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를 새로 만들 때 생기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해 규제비용 총량이 추가로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4년 8월부터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그해 말까지 입법화하려 했으나 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돼 결국 현재까지 법제화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가 먼저 도입해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트럼프정부 들어 미국식 규제비용총량제인 '투포원룰(Two for One Rule)'을 도입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등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써 중소기업을 육성해 고용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대기업에 치중됐던 한국 경제의 모세혈관을 늘려 전체적인 균형을 늘릴 수 있는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 투자는 1위, 효율성은 바닥... 한국 R&D 투자
2014년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4.29%다. OECD 34개 회원국과 주요 7개 신흥국 등 41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도 제대로 뜯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국 정부 R&D 투자 또한 대기업의 몸집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치중되어 있었다. 순수 연구 비용보단 관리 부문에 더 치중된 것이다.
2016년 국정감사 당시 정부 연구개발 예산 투자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가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기초분야 비중은 최근 5년간 8.4~9.4% 안팎으로 거의 변동이 없는데도 운영비(인건비와 경상운영비)는 2009년 1조1900억원에서 2016년까지 2조400억원으로 71.4%가 증가했다.
이 운영비는 정부가 위착한 에이전시로 한국연구재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의 중간관리 기관으로 대부분 흘러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2000년대 중반 10여개에서 22개까지 증가해 지난해 직원은 5518명에 이르러 37.6%가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인건비로 나가는 R&D 비용이 큰 것이다.
정부의 R&D 예산 중에는 대기업 투자에서 비효율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대기업 중심의 과도한 R&D 재정 투자는 대기업이 자신들의 돈으로 해야 할 투자를 줄여 발생하는 구축효과로 이어진다. 그사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쌓여만 갔다.
정부가 일자리를 재창출하고 투자를 늘리라고 R&D 예산을 지원해 줬지만, 현재 국내 30대 대기업이 보유한 유보금 총액은 652조3812억원으로 2014년(501조8017억원)보다 50조5795원(30.0%)이나 더 쌓였다. 기업당 평균 5조193억원 규모이다.
OECD는 이 점을 들며 우리나라가 높은 R&D 비용을 소모하지만 이에 따른 수확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에 중점을 두고 벤처캐피털을 확대하며 중소기업 지원을 적극 나서줄 것 권고했다. 또 기업들은 기술이전과 상용화 부문에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기업, 대학 및 정부 연구기관 간의 연계를 키워 국제 공동 저작 및 공동 특허 수준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 세계 최고의 ICT 기반 가졌지만… 인터넷 서핑에만 쓰는 한국 기업
OECD는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기술 수용력도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자원 활용 계획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곳은 36%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 56%에 달한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의 비율은 13%로 저조하다. 같은 시기 핀란드는 57%를 기록했다.
하도 못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웹사이트를 가진 비율은 60%에 불과하지만 북유럽 국가는 90%를 넘는다. ‘IT 강국’이라는 수식어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해왔지만 현실은 종이로 출근 기록을 남기고 회의록을 서류철로 보관하는 '아날로그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IC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을 사무실로 들여와야 한다. 또 정부는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사무화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재 기사 [OECD의 충고] ①OECD, 한국에 ‘옐로 카드’내밀다
연재 기사 [OECD의 충고] ②OECD도 다 아는 ‘취업-전공 불일치’, ‘노동 경직성’... 저성장 시발점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