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골퍼’ 황인춘, 최경주 안으며 “우승자가 아니라 후배로서 너무 감사”

      2017.10.30 20:06   수정 : 2017.10.30 20:06기사원문

【 김해(경남)=정대균 골프전문기자】43세의 아우는 어린아이마냥 네 살 터울 형의 품에 안겨 흐느끼며 연신 "감사합니다"를 속삭였다. 그런 아우를 형은 꼭 껴안은 채 "수고했다"며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그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도 이유없이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29일 경남 김해 정산CC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이렇듯 한 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군제대 후 적지 않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다고 해서 '늦깎이 골퍼'로 불린 황인춘과 대회 '호스트' 최경주(47.SK텔레콤)는 시상식장에서 그렇게 서로를 한참 꼭 껴안고 있었다. 황인춘은 올해로 6회째인 이 대회서 연장 4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우승이었다. 황인춘은 "대회 출전을 위해 김해로 떠나는 날 집사람이 좋은 꿈을 꾸었다며 '연말대상 시상식 때 입을 옷을 사놓았다'고 하길래 '꿈도 꾸지마라'고 핀잔을 주었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7년여만에 맛보는 우승이어서 기쁨이 컸으리라. 하지만 그가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낸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황인춘은 "최경주 프로의 얼굴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며 "우승자가 아닌 후배 선수로서 너무 고맙고 감사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교차해 그런게 아닌가 싶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황인춘은 통산 5승 중에서 소중하지 않은 대회는 없지만 이 대회 우승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대회와의 차별성 때문이란다. 올해 이 대회는 선수들 사이에서 PGA급 수준의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호스트 최경주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이 대회는 최경주의 '후배 사랑'으로 시작됐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후배들에게 미국 진출을 노크하라고 조언하곤 했다. 그런 그가 대회 준비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PGA투어를 모델로 삼은 것은 당연했다.

황인춘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례로 갤러리 이동 경로가 다른 대회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그 또한 최경주의 진두지휘하에 준비됐다. 그러니 코스 세팅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황인춘은 "페어웨이와 그린 컨디션이 좋은데다 이틀간 주어진 연습 라운드 때 PGA투어 처럼 캐디 입장이 허용된 것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대회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20년, 30년을 넘어 내 사후까지도 이 대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는 바람을 밝혔다. 그 바람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황인춘은 "메이저대회에 준하는 프로들만을 위한 잔치로 이 대회가 발전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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