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 52시간 넘지마라" 근무단축 검토
파이낸셜뉴스
2017.11.06 17:30
수정 : 2017.11.07 09:44기사원문
[산업계, 주 52시간 근무 검토]
생산공장에 대책마련 지시.. 일요특근 3355명이 대상
생산.관리직 모두 적용.. 산업계 전반에 파장 클듯
현대자동차가 이달까지 생산공장에 직원 근로시간이 1주 최대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주목된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현대차가 산업계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근무시간 단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6일 본지가 입수한 현대차의 '주 52시간 상한 법제화 대응방안'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는 해당 문건을 10월 중순 울산공장 관리직급에 모두 발송했다.
■근무환경 조사 결과 개선책 강구
현대차는 지난 7월 울산·전주·아산 등 전국 공장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문건에서 "현 근무형태 기준으로 토요 특근은 문제가 없으나 일요근무를 하는 경우 1주 52시간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문건에 따르면 완성차를 만드는 전국 생산공장과 수출·선박 등을 맡는 생산외 공장의 1855명이 일요일 근무자에 해당된다. 여기에 생산공장과 별개로 장시간 근무하는 1500명의 특수공정 근무자를 포함하면 총 3355명이 초과근무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토.일요일 특근으로 매주 최대 68시간을 일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1주 최대 근무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생산공장에 적용하려면 근로시간 단축이 필수라고 파악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긴급지시가 내려오자 관리급 직원들은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 52시간 단축에 대비해 기술직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3일까지 각 공장에서 추진계획, 진행사항을 모아 11월 2주차에 경영진에 해당 사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이어 각 진행사항은 1주마다 경영진에 보고될 것이라고 문건에 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산업계 전반의 근로조건 변화를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방안을 찾는다면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으로 추진하는 '주 52시간 근무'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 전반 확산 가능성…노·경 엇갈린 반응
노동계와 경영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 노조는 근무시간 단축방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현재 5만명의 현대차 노조 중 1주 52시간 초과근무자는 3% 정도"라며 "일부 근로자는 특근을 하지 못해 임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그 대신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산업계 전반의 근로조건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관리직 직원들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리직들은 사측과 맺은 포괄임금계약으로 주말에도 무급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차 직원은 "1개월에 2일만 쉬고 출근하기도 했다"며 "이달부터 주말에는 교대로 출근하라는 상부 지시가 있어 관리직원도 근무시간 단축이 확대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계는 갑작스러운 근무시간 단축이 자동차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당장 근무시간을 단축하면 현대차 등 대기업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중소기업은 휘청거릴 것"이라며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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