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어때" 건전재정 불감증
파이낸셜뉴스
2017.11.28 17:10
수정 : 2017.11.28 17:10기사원문
최근 정부의 역할이 과거 집안의 '가장'이 하던 소소한 일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이들 보육, 학생들 책값, 점심제공, 교복 지원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래교실, 운동, 문학강좌 등 취미생활까지 지원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2018년 예산안에는 근로자들이 국내여행 갈 때 여비의 50%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관광지원도 포함돼 있다.
현대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공재'인 나라의 예산, 특히 복지예산을 적정하게 배분하는 역할이다. 복지는 혜택을 받는 '수혜자'와 '비용 부담자'가 다르기 때문에 선심성을 가진다. 문재인정부의 2018년 예산은 429조원으로 최초로 400조원을 넘어선 초대형 예산이다. 전체 예산 중에서 34%가 복지예산이다. 내년 예산은 '공무원 17만명 증원,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 한번 도입되면 향후에 축소가 불가능한 '경직성 예산'이라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건전재정의 기조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건전재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무디스, 피치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가 높게 평가되는 큰 요인은 국가재정의 건전성 때문이다. 건전재정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 중국의 사드 보복, 대통령 탄핵 등 국내외 악재 속에서도 우리의 국제 신용등급이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시 건전재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험했다. 건전재정과 양호한 국제적 신용평가는 천연자원보다 경제적 복지에 영향이 훨씬 크다. 포퓰리즘 복지로 국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무서움은 남미의 자원부국 베네수엘라에서 볼 수 있다. 현재처럼 미래의 조세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확대를 계속한다면 10여년 만에 국가부채는 고삐 풀린 것처럼 급팽창하고 국제 신용평가는 악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호전적인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지정학적으로 세계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더욱이 20년, 30년 후 우리의 인구구조는 65세 이상 노인 1명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2~3명에 불과하다. 분단국가인 우리의 생태적 환경이 일본·미국 등 선진국과 다르다. 우리와 선진국 부채비율의 수평적 비교를 통해 낮은 수준이라고 자만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회는 미래 나라의 주인인 청년들을 위해 복지예산 심사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자세가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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