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출신 탈북작가 김혁 "北 꽃제비 220만명… 가장 저항적 집단"

파이낸셜뉴스       2017.12.07 16:57   수정 : 2017.12.07 16:57기사원문
"북한 주민 사고 변하고 있어.. 통일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



"이른바 '꽃제비'는 북한 사회에서 가장 하위 계층이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렇기에 북한 체제에서 가장 저항적인 담론을 담아낼 수 있는 집단이다."

작가 김혁씨(35·사진)는 자신의 꽃제비 체험과 탈북 경험을 더해 쓴 '소년, 자유를 훔치다'(2013년)로 주목받은 탈북 작가다.

1982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불우한 가정생활로 꽃제비 생활을 하다 탈북한 김 작가는 현재 국내 최고 '꽃제비 전문가'로 통한다. 탈북한 뒤 국내에 정착한 그는 남한 사람들의 농담을 이해하고 함께 웃고 싶다는 이유로 대학(가톨릭대)에 진학해 국사학을 공부했고, 2012년에 '북한의 꽃제비 연구'로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정책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통일.교육위원 충남협의회 전문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책은 지난 10월 일본에서도 출간됐는데 현재 반응이 뜨겁다. 김 작가는 "일본은 아무래도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일본에서 먼저 번역 출간하자는 제안이 왔다. 당시 북핵 실험 등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때라 (이 책에 대해) 더욱 관심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책 속에는 꽃제비들의 처참한 생활이 가감없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꽃제비'는 말하자면 북한의 아동 노숙자.부랑자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열악한 경제여건 속에 북한 체제에서 도태된 존재가 바로 꽃제비인 셈이다.

김 작가는 7세 때 꽃제비가 됐다. 어머니가 계모라는 사실을 알고 시작된 방황이 결국 그를 거리로 내몰았다. "먹을 게 워낙 없다보니 부모가 버린 아이들, 마을이나 사회 등 공동체로부터 다시 버려진 아이들이 거리 생활을 하는데 이들을 '꽃제비'라고 부른다. 뒷골목에서 뭉쳐서 공동생활을 하기도 하고 혼자서 구걸로 연명하기도 한다."

그는 "꽃제비에도 음식을 훔치는 '덮치개', 빨래를 훔치는 '줄타기', 일종의 집도둑인 '문차기' 등 다양한데 나는 바람잡는 역할을 했다. 중간 정도의 계급이라 볼 수 있다"며 "처음 구걸할 때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 수치심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추정하는 북한의 '꽃제비' 규모는 220만명가량. "북한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0년대 초부터 가정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배급마저도 못 받게 되자 앉아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핵전쟁 이후 인류멸망 단계를 상상해보면 된다. 북한에는 그렇게 텅 빈, 버려진 도시들이 여럿이다"라고 전했다.

두 살 터울인 형과 헤어진 것도 꽃제비 시절이었다. 그의 나이 열일곱,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가망이 거의 없다는 함경북도 회령 전거리 제12교화소에서 살아나온 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형의 소식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는 "꽃제비를 잡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다가 형과 헤어졌다. 내가 잡혔을 당시 23명이 들어갔는데 결국 살아나온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2명뿐이었다. 형도 같은 교화소로 잡혀갔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체격이 좋았던 형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씁쓸해했다.

그런 그에게 탈북 후 국내에서의 생활은 꿈만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꽃제비 시절의 경험이 정착에 도움이 됐다. "비록 버려진 존재지만,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꽃제비'는 자유로운 존재다. 이곳에서의 정착 초기 어려움은 당연하다. 모든 게 낯서니까. 그러나 내가 원할 때 움직일 수 있다는 자유가 너무 좋았다.
통제된 시공간을 벗어난 꽃제비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그런 그에게 통일에 대해 묻자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공간적 통일이라는 거대한 담론으로 접근하는데, 사실 정보가 유입되고 북한 주민의 사고가 변화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이미 통일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문제가 가장 절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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