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이언 인공지능 정밀의료 추진단장 "서울 빅5병원 인근 거주 환자들이 오히려 찾아와"
파이낸셜뉴스
2018.01.07 19:47
수정 : 2018.01.07 19:47기사원문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암 진료에 적용하기 시작
"인공지능 '왓슨' 도입이 의료계의 문화를 바꾸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정밀의료 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사진)은 7일 IBM 인공지능(AI) '왓슨 포 온콜로지(Wantson for oncology)' 도입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016년 12월 5일 국내 최초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해 암 진료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전립선암, 방광암 등에 대해 WHO 진료가 가능하다. 도입 후 13개월 간 600명이 넘는 환자가 왓슨 다학제 진료를 받았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는 서울의 빅 5 대형병원에 전국 환자의 70% 가량이 집중되고 있다"며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병원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왓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왓슨을 도입한 후 서울 빅 5병원 근처에 거주하는 환자가 길병원을 찾은 경우가 있다. 이는 20년간 없었던 일이었다. 특히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과 함께 시작된 다학제 진료가 환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환자 1명을 두고 암 관련 전문의 5~6명이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
이 단장은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인공지능과 다학제 진료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라며 "하지만 인공지능이 정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고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의 자료를 입력하면 왓슨 포 온콜로지가 결과를 내놓고 이를 의료진이 다시 한번 점검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료의 오류율을 줄이는 게 목표다. 또 인공지능 암센터는 의사 여러 명이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 단장은 "왓슨 암센터는 환자에게 100% 유리한 진료"라며 "의료계가 환자 중심 진료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왓슨 진료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현재 IBM은 8개 암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의료빅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는 2020년이 돼야 100%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실제 가천대 길병원은 왓슨 도입 1주년인 지난해 12월 5일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을 발표했다. 그 결과 이전에 진행된 후향적 연구 결과인 48.9%에 비해 7% 상승한 55.9%의 의견일치율을 보였다. 특히 추천까지 확대하면 의료진과 WFO의 의견일치율이 78.8%에 달했다.
후향적 연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대장암(결장암) 환자 6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에서 '강력 추천' 분야 의견일치율은 48.9%였다.
이 단장은 "의료진과 왓슨이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불일치가 나오면 의사가 다시 재점검을 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암의 경우에는 왓슨보다 길병원 의료진이 더 나은 해답을 내놓는다. 위암 환자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다.
이 때문에 국내 왓슨 도입 6개 병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컨소시엄을 만들어 의료 빅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장은 "왓슨 도입병원이 협력해 의료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은다면 향후 이를 이용한 독자적인 개발이나 IBM과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위암의 경우에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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