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핵심의제 꺼낸 南..'한반도 운전자론' 속도낼까
파이낸셜뉴스
2018.01.09 18:05
수정 : 2018.01.09 18:05기사원문
【판문점=공동취재단 임광복 김은희기자】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대화가 성사되고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의 새 국면을 맞게 됐다.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2년만에 열려 대화 물꼬를 트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넘어 이산가족상봉,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북핵문제로 보폭이 넓어고 있다. 또 남북회담 정례화가 합의될 경우 향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민감한 의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미·중·일 등 주변국도 남북회담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 회담이 열린 뒤 이번주 한미 6자회담 수석 대표 회동이 워싱턴에서 열리면서 한미 간 긴밀한 조율도 예상된다.
■한반도 운전자론 속도 낼까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상봉,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북핵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내놓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명분으로 한미 군사훈련 축소, 국제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수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일본도 각각 쿵쉬안유, 가나스기 겐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잇달아 서울로 보내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속내는 복잡하다. 언제라도 북핵문제 등을 걸고 넘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군사회담 재개, 비핵화 등을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도 긍정론보다 부정론이 아직 우세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평화공세에 나서고, 주변국도 일단 대화에 유화적이지만 경계심을 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남북 대화 채널을 확고히 구축하되 북핵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중일도 아직은 그런 문제에 대해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이 정말 남북개선을 하려면 남측이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알고 있어 전략적으로 기싸움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쉽게 나오는 것은 우리에 진정성있는 큰 선물을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회담 결과에 대해선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을 갖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우리 측이 이산가족 상봉, 군사회담을 제안 했는데 북한이 경청만 하고, 평화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만 하는데 이러면 회담이 안 된다"며 "평창 외 다른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 입장을 밝히고 후속 전체회의에서 어떻게 논의될지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대화국면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점은 당분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평화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대화 국면으로 가는 모양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남은 문제들 많아
하지만 큰틀에서 북핵문제는 앞으로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북핵의 영향력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태평양까지 미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만으론 해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남대 박정진 교수 "북핵 문제의 경우 우리는 북미 중간에 낀 것이어서 양쪽의 의견을 쫓다 잘 못하면 박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북 비핵화는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키를 쥐고 있다. 한미 관계를 잘 활용해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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