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7회 언급하며 적으로 규정..‘최대 압박’ 재확인

파이낸셜뉴스       2018.01.31 17:21   수정 : 2018.01.31 17:21기사원문
압박 통한 비핵화 논의 기대..로켓맨 등 과격한 표현 자제
당분간 北.美대화는 힘들 듯
빅터차 주한 美대사는 낙마..韓.美공조 불협화음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취임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과거 행정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작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최대한 제재.압박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해 북이 비핵화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 7회 언급…적으로 규정

트럼프는 80분간 연설에서 북한을 총 7회 언급하며 이란, 쿠바와 함께 적으로 규정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기존 입장을 강화해 제재 압박 중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계속 압박하면 북이 아직 거부하고 있는 비핵화 논의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과거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등 과격했던 표현은 쓰지 않고 정제된 언어를 구사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핵문제와 관련, "과격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기본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남북대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북·미 대화로 쉽게 갈 것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대북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북·미 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4월께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의 반발 강도에 따라 남북대화 지속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문제해결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적절한 긴장을 갖는 현상유지 차원이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 이후 설득으로 북·미 대화 중재자 역할을 할 계획이지만 미국은 대화보다 압박을 택해 준비가 덜됐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이날 국정연설에 참석한 오토 웜비어 부모와 꽃제비 출신 탈북자 지성호씨 사례를 소개하며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도 새로 내놨다. 웜비어는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이다. 또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 지성호 대표는 북한에서 두 다리가 절단된 후 중국과 동남아 등을 거쳐 서울에 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웜비어 부모에 대해 목격자란 표현을 쓰면서 미국 국민에게 북 정권의 잔혹성과 잔인성을 부각시켰다"며 "지성호씨 스토리를 길게 얘기하고, 그가 목발을 흔드는 것을 통해 북한 정권은 최악이고 도덕성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빅터차 낙마…美대사 장기공백

트럼프가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북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 인권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도덕성으로 북을 압박하는 것을 넘어 부정한다고 볼 수 있다"며 "북이 인권 억압의 최악의 독재국가라고 말하면 북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고, 협상의 여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가 이처럼 대북 압박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직 내정이 철회되면서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한 달 전 한국 정부의 임명동의(아그레망)를 받은 차 석좌가 낙마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차 석좌는 북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백악관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 석좌는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과 한·미 FTA 파기 등에 반대하는 등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빅터 차는 중도보수계인데 대사직을 놓고 각을 세우며 쓴소리할 사람은 아니라며 다른 정치적 이유나 개인적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북핵.미사일에 맞선 트럼프의 최고 압박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를 연결할 대사직의 장기공백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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