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거짓말 한다, 사실일까?
파이낸셜뉴스
2018.01.31 19:38
수정 : 2018.01.31 19:38기사원문
최저임금제.원전.부동산 등 다양한 이슈 깊게 파고들어
설마했던 국가의 이중성 고발
국가의 사기 우석훈/김영사
국가가 나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니. 이같은 발칙한 전제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전작 '88만원 세대'로 우리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 행동하는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신작이다.
집값부터 주식,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깊게 들여다보며 국가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그래서 국가의 거짓말을 추적한 최초의 사회경제학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국가라는 이름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때로는 일상적인 접근법과는 정반대로 두껍게 썰고, 길게 보는 것이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가의 사기라는 질문은, 현재 책이라는 매체라서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질문을 던진 시기는 왜 지금일까. 핀란드는 2017년 1월 1일부터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일본, 미국, 독일은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는 얼마나 좋아졌길래 최저임금제를 전격 도입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눈앞에 뒀다. 1인당 국민소득은 빠르게 늘었지만 개인의 행복은 어떤가. 그만큼 늘었나. 사실 독일의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다. 어려워졌기에 최저임금제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진짜 잘사는 나라들, 이를테면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같은 나라엔 최저임금제가 없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삶이 유지되는 그런 나라를 우리는 진짜 잘사는 나라로 부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최저임금을 억누르면서 버티던 단계가 끝나면 최저임금제가 필요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단계가 온다. 저자는 우린 그 중간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있고, 더 열악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분기점에 있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이 뭔가 바꿀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돈과 사랑부터 광고, 주식, 다단계, 신용등급 등 실생활에 연관된 사회문제들을 비롯해 이념, 모피아, 토건족, 물 브라더스, 원전 마피아, 자원외교, 4대강, 분양제, 버스 준공영제, 도시재생 등 수십조 단위의 국가사업 등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샅샅이 추적한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관행이 되고, 한번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은 고치거나 개선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선분양과 분양권에 대해 '존재 자체가 사기'라고 꼬집고, 대부분 가족 회사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에 대해 '영원히 죽지 않는 기업의 탄생'이라고 비꼰다.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하다 보니 자유시장경제나 신자유주의 등 '경제가 이념이 되어버린 기이한 현실'도 이러한 비판 중 하나다.
최근 국민들은 정부와 사회를 향해 묻는다.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고, 국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화두다. 국민들이 오랜 침묵을 깨야 좀 더 근본적인 변화도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이 그 적기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문제들을 살펴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국가의 사기' 시대를 해체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로 갈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한국은 원래 그랬던 나라이고, 아직도 그런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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