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철강산업 돌파구 못 돼" WSJ
파이낸셜뉴스
2018.02.16 04:53
수정 : 2018.02.16 04:53기사원문
철강 산업이 중국의 21세기판 실크로드 격인 '일대일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일대일로가 부를 철강수요 확대폭보다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철강 내수 감소와 이에따른 중 철강업체들의 밀어내기 수출이 훨씬 더 커 국제 철광석, 철강 가격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WSJ은 14일(현지시간) 철광석을 캐내는 광산업체부터 철강을 제조하는 철강업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철강 관련업계가 주로 중국 덕에 지금은 미래를 꿈꾸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다시 침체되기 시작하면 다시 악몽 같은 현실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아시아 전체를 철도, 항만, 전력망으로 연결한다는 일대일로 구상은 막대한 인프라 확충에 따른 철강수요 증가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다.
특히 지난 15년간 중국 덕에 호시절을 보냈던 광산업체를 포함해 세계 철강업계는 지난번 중국 경기침체로 고전을 했던 터라 일대일로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 가운데 하나인 BHP 빌리턴은 일대일로에 따른 추가 원철 수요가 앞으로 10년간 1억5000만톤, 연간 약 1500만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는 이보다 더 낙관적이어서 추가 수요 규모가 최대 연간 3000만톤에 이를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다시 둔화되기 시작하면 희망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전세계 추가 철강 수요가 대폭 확대되지 않는 이상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 둔화가 몰고올 쓰나미가 철강업계를 다시 삼켜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업계는 그동안의 중국 경제 고도성장으로 너무 비대해졌고, 이때문에 중국내 완만한 정도의 시장변화조차 일대일로 같은 거대 프로젝트조차 집어삼길만큼 중국 내수 시장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중국의 철강 수출 규모 움직임은 일대일로 정도의 프로젝트는 이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중국 철강 수출은 2013년 4800만톤에서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 2015년에는 1억톤 넘는 규모로 급격히 늘었다.
가장 낙관적인 일대일로 철강수요 전망인 포스코의 연간 최대 3000만톤 수요가 맞는 것으로 입증된다고 해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면 중국 철강업계가 이를 압도하는 규모의 철강을 국제시장에 쏟아부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홍콩 리서치업체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베이징 주재 선임 애널리스트인 야오 로즐리 추산에 따르면 이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야오는 중국의 주택 수요 펀더멘털이 현재 정점에 도달해 있거나 이에 근접해 있어 10년 동안 서서히 둔화될 일만 남아있다.
결국 '일대일로'로 아시아 일대에 걸쳐 더 많은 다리, 더 많은 항구가 지어지면서 건설기간 중 철강 가격이 상승 동력을 얻겠지만 중국 수요가 국제 철강 가격에 미치는 근본적인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은 터라 국제 철강 업계는 앞으로도 중국의 내수시장에 계속해서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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