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수주 여건 악화되나
파이낸셜뉴스
2018.03.06 16:58
수정 : 2018.03.06 16:58기사원문
연초 수주실적 좋지만.. 원유값 돌연 약세 전환
美 기준금리 인상 효과.. 트럼프 압박정책도 한몫
중동 발주량 감소 우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던 장밋빛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가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중동지역 발주량 확대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게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나타냈던 국제유가도 미국 원유재고량이 예상보다 증가하면서 급락한 상황이다.
■원유값 돌연 약세로 돌아서
6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로 끝난 주간 원유재고량은 전주대비 300만 배럴 증가했다. 시장전망치 210만 배럴 증가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또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1만3000배럴 증가한 하루 1028만3000배럴을 기록했다. 1983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2월 작년 8월 이후 첫 월간 하락했다. 3월 첫 거래일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65달러(1.1%) 하락한 60.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 28일 2.2% 급락했다. 2월 4.7% 하락하며 작년 6월 이후 첫 월간 하락을 기록한 4월물 북해산브렌트유도 마찬가지다. 1일 북해산브렌트유는 배럴당 6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올 초 WTI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에선 곧 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발 수주실적과 밀접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업계에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수주 실적이 감소세를 면할 것이란 낙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국내 건설업체의 수주실적 간 상관계수는 0.91이다. 지금까지 실적도 나쁘지 않다.
■해외수주 연초 출발은 좋지만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전년 동기 28억7641만달러 대비 143% 많은 69억7995만달러다. 지난 1월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에틸렌 글리콜 생산설비)와 태국(올레핀 프로젝트)에서 각각 6억8627만달러와 6억2710만달러 규모의 수주를 올렸고, 2월엔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투아스터미널 2단계 매립.부두 공사도 3억8610만달러를 따냈다. 지난달 대우건설의 베트남 THT 1단계 아파트 공사도 1억1114만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문가들은 2013~2014년처럼 해외수주액이 600억~700억달러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중동국가들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기 위해선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유가를 전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달러 가치가 상승한 탓이다. 게다가 달러 가치 변화로 인한 변동폭은 실제 국제 유가 시장의 수급과는 별개의 변수다.
■미 긴축으로 중동 발주 감소 예상
게다가 미 연준이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중동지역 발주량 확대를 억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세와 함께 미국 기준금리의 불완전성으로 올해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는 변동성이 크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중동 지역에서 발주량 확대보다 외화 확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지역 압박 정책도 악재로 꼽힌다. 이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란지역 발주량 확대를 기대했지만, 2016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지역 발주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업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동지역 발주량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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